청년창업인의 무덤 '청년몰'…코로나19 속 돌파구 찾나

뉴스1 제공 2020.10.2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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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트렌드 바람 타고 배달·온라인사업 업체들 입점 잇따라

27일 찾은 전북 전주시 서부시장 청년몰 '청춘시전' 2층의 모습. 대부분이 텅 비어 있었고,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단 한 점포도 없었다.2020.10.27/© 뉴스1 이지선기자27일 찾은 전북 전주시 서부시장 청년몰 '청춘시전' 2층의 모습. 대부분이 텅 비어 있었고,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단 한 점포도 없었다.2020.10.27/© 뉴스1 이지선기자


(전북=뉴스1) 이지선 기자 = 전북지역 청년몰이 수십억원의 세금을 들여놓고도 미진한 사후관리로 방치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작된 '언택트(Untact·비대면) 열풍'이 오히려 성공의 열쇠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언제부턴가 '청년몰'이 전국 곳곳 전통시장 안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인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 청년몰이 인근의 한옥마을 관광 수요와 맞물려 유명세를 타면서다.

정부는 청년몰 조성이 기존 전통시장에 새바람을 불어 넣고, 청년일자리 창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후로 전북지역에만 6곳이 조성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기대와 사뭇 달랐다.

지난 27일 찾은 전북 전주시 서부시장의 청년몰 '청춘시전'은 점포 운영자 서너명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었다.

대낮이었지만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이 조용했다. 그나마 1층에는 음식점 두세곳이 운영을 하고 있었지만, 2층에는 대부분 점포가 집기도 없이 썰렁한 모습이었다.


청춘시전은 지난 2017년 12월 청춘들의 꿈과 열정을 품고 문을 열었다. 서부시장에서도 골목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간 곳에 13억5000만원을 들여 건물을 올렸다.

이후 이곳에 마련된 17개의 작은 공간은 폐점과 휴점, 입점을 반복하며 지난해 공실률 50%를 넘기는 등 휘청였다. 부진함은 만성적이었고, 청년창업인들은 찾는 이 없는 매장을 지키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살 길을 찾아 떠났다.

27일 찾은 전북 전주시 서부시장 청년몰 '청춘시전' 2층의 모습. 대부분이 텅 비어 있었고,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단 한 점포도 없었다.2020.10.27/© 뉴스1 이지선기자27일 찾은 전북 전주시 서부시장 청년몰 '청춘시전' 2층의 모습. 대부분이 텅 비어 있었고,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단 한 점포도 없었다.2020.10.27/© 뉴스1 이지선기자
헌데 처음부터 꾸준히 심각한 위기를 겪던 이곳 청년몰에 올 하반기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실률이 낮아진 것이다. 현장 확인 결과 현재 계약된 점포는 13곳으로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갑작스러운 분위기 반전의 시발점은 이곳에 지난 2월 입주한 김모씨(30대)의 음식점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에 입점한 이 가게는 아예 배달 고객을 주요 타켓으로 삼았다. 폭발적인 배달 수요와 재주문 고객들로 매출도 꾸준히 올랐다.

김씨는 "올 초만해도 빈 가게가 많았지만 지금은 배달이나 온라인 사업 등을 원하는 업체들이 계약을 마치고 입주를 준비하고 있어 조만간 많이 찰 것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이 건물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아예 앞에 길가를 다니는 행인의 수를 다 합쳐도 100명이 안된다"며 "당초 청년몰의 취지인 관광객이나 젊은 인구의 유입은 사실상 성공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부시장은 남부시장과 달리 주변에 관광지나 볼거리도 없는데다 청년몰이 찾기 힘든 골목 안쪽에 위치해 당초 기대했던 관광수요는커녕 주민들의 발길조차 끊긴 실정이다.

코로나19 악재 속에서 사업을 벌인 김씨의 가게가 청춘시전 영업 3년여 만에 첫 사업 성공인 셈이다. 이같은 사례는 앞으로 점차 많아질 전망이다.

서부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청년몰이 활성화되지 못해 고민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최근에는 언택트 관련 업종이 값싼 임대료 등의 혜택을 염두에 두고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 전주시 서부시장 청년몰 앞 골목은 지나가는 이들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청년몰 건물 앞에 입주 희망자를 모집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2020.10.27/© 뉴스1 이지선기자전북 전주시 서부시장 청년몰 앞 골목은 지나가는 이들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청년몰 건물 앞에 입주 희망자를 모집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2020.10.27/© 뉴스1 이지선기자
지난해 12월부터 운영이 시작된 전북 진안고원시장·완주삼례시장 청년몰에서도 '언택트'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자장면집 등 요식업계는 배달을 위주로, 다른 업종은 온라인 판매를 위주로 고정매출을 창출하는 식이다.

김호 진안고원시장 청년몰 활성화사업단장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활로를 찾다보니 비대면 판매, 마케팅 지원으로 자연스럽게 방향이 설정됐다"며 "지난 추석에는 도라지정과를 판매하는 한 업소에서 온라인 판매로 없어서 못 팔 정도의 큰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를 맡은 각 지자체가 역량있는 청년들을 잘 모집해 활기찬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의 관광 특성화 개념에서 벗어나 시대에 맞게 언택트 사업 지원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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