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보면 그만큼 포스트 이건희 시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았던 셈이다. 특히 삼성그룹의 3세 지배구조는 정·재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90년대 말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할 무렵부터 이미 상속세가 조 단위라는 얘기가 나왔다.
최대 관건은 삼성생명 지분 상속
공정거래위원회가 2018년 4월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을 당시 생존해 있던 이건희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변경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이 부회장이 와병 중인 부친을 대신해 실질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것 외에 삼성그룹 지배구조 상 최상위에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공정위 총수 변경의 가장 큰 이유였다.
6년 이상 복기 또 복기…해법 마무리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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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생전에는 이런 구조에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4.18%와 삼성생명 지분 20.76까지 더해져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었다.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개편의 큰 틀 외에 이 회장의 지분(삼성생명 20.76%·삼성전자 지분 4.18%·삼성물산 지분 2.90%·삼성SDS 지분 0.01%)을 두고 그룹 내부에서 유력하게 검토하는 시나리오는 아직 공개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짧게 잡아도 이 회장이 병상에 누운 이후 6년 6개월 동안 삼성이 지배구조의 해법을 상당 부분 마무리지었을 것으로 본다.
삼성물산에 증여 카드도…"100% 확정 시나리오는 아직"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그룹 경영권을 자녀들에게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을 감안하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과 삼성생명 지분을 직접 상속받는 대신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 물려받도록 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 시나리오라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상속세는 삼성물산이 자산수증이익에 대한 법인세 형식으로 대신 내게 돼 부담이 덜하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5.5% 가량을 처분해야 할 가능성을 놓고 삼성물산이 매입하는 방안이 이미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검토할만한 시나리오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삼성물산 지분 2.90%만 상속받아도 그룹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삼성그룹 내부 상황에 밝은 재계 한 인사는 "이 부회장을 둘러싼 재판이 진행 중이고 정치권의 법안 처리가 어떻게 될지 변수가 많아 어떤 방식이든 100% 확정적인 시나리오는 없는 상황"이라며 "지배구조를 최대한 지켜내는 방향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