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매출 60배를 단 2시간만에…' 라방에 빠진 유통가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0.10.2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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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엄마는 홈쇼핑 나는 라방①

편집자주 백화점, 홈쇼핑, 심지어 e커머스까지 유통가가 ‘라방’(라이브방송, 라이브커머스)에 푹 빠졌다. 모바일과 동영상에 친숙한 10~30대인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주요 소비계층으로 부상하면서다. 단순한 구매 활동을 넘어 재미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양방향 쇼핑플랫폼 라방의 모든 것을 분석해본다.

'일 매출 60배를 단 2시간만에…' 라방에 빠진 유통가


#유튜브 구독자가 150만명에 이르는 먹방(먹는 방송) 크리에이터 ‘입짧은햇님’이 라이브커머스(라방)에 등장하자 '대박'이 터졌다. 입짧은햇님은 지난 6월29일 육두레협동조합 닭갈비, 우리두레협동조합 새우볶음밥, 베러댄와플협동조합 와플 등 소상공인협동조합 제품을 소개하고 직접 체험하는 라방을 진행했는데 불과 2시간만에 9834만원 어치가 팔렸다. 이는 소상공인협동조합이 3일간 기록한 매출의 20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e커머스, 홈쇼핑, 오프라인 유통업체, IT기업들까지 라방에 빠졌다. 유튜브 같은 동영상 콘텐츠에 친숙하고 단순한 구매 활동보다는 재미와 간접 경험을 선호하는 MZ세대가 새로운 소비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함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각 업체들은 라방 시장을 잡기 위해 유명 크리에이터 모집에 팔을 걷어붙이고 전문 장비를 도입하며 전담팀을 꾸리고 콘텐츠 제작사를 인수하고 있다. 업계가 경쟁적으로 라방 시장에 뛰어든 건 그만큼 라방 시장 규모가 크고, 무섭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라방 시장 규모는 올해 약 3조원으로 추산되고, 2023년까지 8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일 매출 60배를 단 2시간만에…' 라방에 빠진 유통가
업계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라방을 진행하는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 섭외다. 라방의 주력 시청자인 MZ세대는 '재미'를 찾기 위해 라방을 보기 때문에 '누가' 진행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홈쇼핑을 주름잡았던 쇼호스트들이 라방을 진행해봤자 수십명밖에 보지 않더라"면서 "크리에이터를 데려와야하는 이유를 알게됐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최근 CJ그룹과 손을 잡은 데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라방은 '시청이 구매로 이어지는가'가 가장 중요한데, 크리에이터 팬들은 그냥 우연히 라방을 보는 이들과 충성도가 달라, 구매결정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네이버의 라방이 고정 팬층을 다수 갖고 있는 CJ ENM MCN(인터넷 스타를 위한 기획사) 소속 크리에이터들과 결합한다면 다른 유통가 라방은 대적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짧은햇님'의 라방이 크리에이터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입짧은햇님은 지난 9월 위메프와 함께 소상공인 상품 홍보 라방을 다시 한번 진행했는데, 지난 6월에 이어 폭발적 반응을 이끌었다. 첫 라이브 방송이 진행된 지난 26일 오후 10시부터 90분 동안 판매 수량이 6만5000개를 돌파했다. 분당 722개, 초당 12개 이상 꼴로 팔린 셈이다. 방송 중에만 3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2만6000여명이 동시 접속해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기도 했다.
'일 매출 60배를 단 2시간만에…' 라방에 빠진 유통가
이 때문에 각 업체들은 김재우(위메프) 정주리(CJ오쇼핑) 정주리 등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 방송을 진행하거나 독자적인 라방 진행용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키우는데 주력한다.

e커머스나 오프라인 유통가 등 동영상이 낯선 업체들은 콘텐츠 제작사를 인수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라방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4월 커머스 전문 콘텐츠 제작 자회사 커머스 전문 콘텐츠 제작 자회사 '마인드마크'를 설립하고 드라마 '인간수업' 제작사 '스튜디오329'를 인수하는 등 라방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쿠팡은 지난 7월 동남아 OTT(동영상플랫폼) 업체 '훅'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 라방 콘텐츠 관련 인재 채용에 나섰다.
'일 매출 60배를 단 2시간만에…' 라방에 빠진 유통가
업계는 앞으로 라방 시장이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왕홍(스타 연예인이나 지명도 있는 기업인)이 이끈 중국의 라방 성장세에 비춰볼 때 국내 라방 시장 성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서다. 실제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과 알리바바 연구원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라방 시장은 2017년이 원년으로 시장 규모 366억 위안(약 6조250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조500억 위안(약 179조1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업계 입장에서는 규제가 없는 점도 매력적이다. 라방은 TV 홈쇼핑 방송과 달리 상품 판매 시 표현에 있어서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더 재미있게 표현이 가능하고, 직접적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를 유인할 수 있으며, 자극적으로 자막을 써넣는 것이 모두 가능하다는 뜻이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홈쇼핑에만 규제가 가해지는 게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일단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만큼 최대한 라방 공략을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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