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빅히트 방지책? 초과배정옵션 외면받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0.10.20 14:27
글자크기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초과배정옵션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IB(투자은행) 사이에선 금융당국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금 증권 업무 규정으로도 상장 주관사가 초과배정옵션(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제10조에 명시)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거의 쓰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준비 중인 IPO 제도 개편안에 초과배정옵션 내용을 포함할지, 포함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제도를 손볼지 지켜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일부 IPO 기업에 대해 초과배정옵션을 활용한 사례가 있다"며 "하지만 그 당시에도 실제 활용 사례는 매우 드물었고 지금은 사실상 활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2020.03.24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2020.03.24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초과배정옵션은 공모 주식의 최대 15%까지 상장 주관사가 추가로 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주관사는 초과 배정하는 공모주에 해당하는 물량만큼 대주주에게 빌리는 방식을 취한다. 국내 IPO 시장에선 없는 주식을 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관사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초과 배정했기 때문에 나중에 메꿔야 한다.

초과배정옵션 제도의 목적은 공모주의 상장 뒤 주가 변동성을 낮추는 데 있다.

공모주가 신규 상장한 뒤 주관사가 초과 배정한 물량만큼 시장에서 매수(공모가의 90% 이상 가격으로)해 대주주에게 돌려준다. 주가가 떨어질 때 주관사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급격한 주가 하락을 일부 방지할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올라 공모가의 90% 가격에 주관사가 시장에서 매입할 수 없는 경우, 주관사가 초과 배정한 물량만큼 IPO 기업이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신주 발행 물량은 주관사가 매입해 대주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활용하지 않는 이유
업계에선 초과배정옵션을 활용하지 않는 이유로 주로 3가지를 꼽는다. 첫째 손이 많이 가고 발행회사(대주주)를 설득하기 힘들다.

실제 없는 주식을 초과 배정하는 구조다보니, 형식상 대주주에게 초과 배정 물량만큼 주식을 빌려야 한다. 이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IPO 실무 담당자의 업무가 늘어난다.

또 대주주와 공모가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주식을 빌려달라고 해야 하는데 구조가 복잡하다보니 대주주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 (발행회사의 오너나 대주주는 비교적 연세가 지긋한 분이 많은 편이다)

대주주가 꼭 필요하다고 느낀다는 보장도 없다. 더 쉽게 말하면 "다른 IPO 기업은 안하는데 왜 나는 주식을 빌려줘야 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각에선 상장 뒤 주가가 올라 초과 배정 물량만큼 신주 발행을 하게 되면 대주주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는다.

둘째 초과배정옵션을 활용한다고 하면 시장에서 밸류에이션을 의심할 수 있다. 결국 초과배정옵션이 상장 뒤 급격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한다면 주관사가 이 제도를 활용하는 순간 시장에 "비싼 공모주"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과도한 밸류에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초과배정옵션을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셋째 주관사는 초과배정옵션에 따라 상장 뒤 주가가 오르거나 떨어지거나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주관사 좋으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눈총을 받을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초과배정옵션이 일부 순기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현장에서 큰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에 사문화된 것"이라며 "우리 IPO 시장이 그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초과배정옵션이 아니다
최근 금융당국의 IPO 제도 개편 움직임은 일부 인기 공모주의 개인투자자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SK바이오팜 (83,500원 ▲200 +0.24%), 카카오게임즈 (21,100원 ▲200 +0.96%)를 거치면서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투자 수요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빅히트 (201,500원 ▼10,500 -4.95%)를 거치면서 이제 신규 상장 기업의 주가 변동성을 낮추는 문제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모주 추첨제, 우리사주 미달 물량 개인 배정, 초과배정옵션 등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핵심은 공모주 추첨제나 초과배정옵션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전까진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오히려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접근성을 낮추는 데 힘쓰기도 했다"며 "공모주 가격 결정력을 갖지 못한 개인투자자에 대한 청약 접근성을 무작정 확대할 경우 상장 뒤 주가 하락 때 더 많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투자자의 청약 접근성 확대는 모든 공모주가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처럼 인기 있고 수익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며 "비인기 공모주나 상장 뒤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지는 공모주도 많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IPO 담당자는 "최근 거론된 공모주 추첨제나 초과배정옵션 등은 일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IPO 시장 개선을 위한 핵심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며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부 과수요 및 초과수요를 통한 가격 부풀리기와 상장 첫 날 공모주를 모두 매각하며 단기 차익만을 추구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이어 "공모주 가격 결정력을 갖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실수요 위주로 바꿀 수 있는 제도 개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이브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