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게 없는데"…다시 풀리는 소비쿠폰, 영화관 발길 늘어날까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10.1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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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보릿고개' 영화상영업계, 소비쿠폰 '가뭄에 단 비' 될까…OTT에 밀리는 콘텐츠·가격 경쟁력이 발목

지난 18일 오후 경기 부천시 현대백화점 유플렉스에 있는 CGV가 한산하다. /사진=뉴스1지난 18일 오후 경기 부천시 현대백화점 유플렉스에 있는 CGV가 한산하다. /사진=뉴스1


코로나19(COVID-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억눌렸던 여가심리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중단됐던 '소비 쿠폰'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지난 여름 '반값 영화'로 재미를 본 영화 관련 업계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코로나 신(新)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된 OTT(영상스트리밍서비스)의 위력과 잇따른 개봉 연기로 인한 관람 콘텐츠 부재가 발목을 잡는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는 지난 8월 고강도 거리두기 조치로 8대 소비 할인쿠폰 중 일부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용 인원 제한 △출입자 명단 관리 △이용자 간 거리두기방역관리가 용이한 영화·공연·전시·체육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관객 끊겨 고사 위기 극장가
할인 쿠폰 '가뭄에 단 비 될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장관은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피해가 컸던 업종을 지원하고 침체된 서민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그동안 중단됐던 소비 할인권 지원사업을 조심스럽게 재개하고자 한다”면서 “방역 측면에서 안전하고 관리가 용이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스1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장관은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피해가 컸던 업종을 지원하고 침체된 서민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그동안 중단됐던 소비 할인권 지원사업을 조심스럽게 재개하고자 한다”면서 “방역 측면에서 안전하고 관리가 용이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스1
대표적인 국민 여가활동인 영화 할인쿠폰에 업계와 소비자의 관심이 쏠린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보릿고개'에 국내 영화산업은 쓰러지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영화관 입장권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1조4482억원) 대비 70.7% 감소한 4243억원에 불과했다. 관객 수도 지난해보다 70.8% 급감한 4986만명에 그쳤다.

특히 업계와 소비자 접점인 영화상영업 타격이 크다. 주요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영화관 417개 중 7개가 폐관했고 그나마 운영 중인 곳도 임대계약 등의 이유로 상영을 이어갈 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매출이 70% 가량 곤두박질 친 CJ CGV는 이날 향후 3년 간 전국 직영점 119곳 중 30%인 35~40곳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영화진흥위원회가 코로나19로 고사 위기에 빠진 극장가를 살리기 위해 티켓 가격을 할인하는 '극장에서 다시, 봄' 캠페인을 시행한 첫 날인 지난6월4일 서울 용산CGV에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영화진흥위원회가 코로나19로 고사 위기에 빠진 극장가를 살리기 위해 티켓 가격을 할인하는 '극장에서 다시, 봄' 캠페인을 시행한 첫 날인 지난6월4일 서울 용산CGV에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
글로벌 사업까지 좌초 위기다. 국회 문체위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상영관협회에 따르면 해외 진출 영화관은 6개국 468개인데,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강제 영업 중단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CGV의 경우 지난해 1687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국 시장 관객수가 74% 급감, 매출액이 77% 떨어진 388억원에 그쳤다. 롯데시네마 역시 해외 관객 수가 중국은 전년 대비 90%, 인도네시아는 80% 급감했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오는 30일부터 쓸 수 있는 '영화 반값 할인권' 소식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쿠폰 효과로 숨통이 트였던 기억이 있어서다. 영화 쿠폰이 처음 풀렸던 지난 6월 첫 주말(5~7일) 사흘 간 4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코로나가 휩쓴 지난 3월 이래 주말 최고 관객 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효과에 6월4주차 관객 수는 쿠폰 할인시행 전주 대비 439% 증가하는 등 고꾸라진 영화산업 활성화에 마중물이 됐단 평가를 받았다.

영화 한 편=넷플릭스 한 달 구독료
"요즘 극장에 볼 것도 없던데…."
넷플릭스 등 각종 OTT 플랫폼. /사진=게티이미지뱅크넷플릭스 등 각종 OTT 플랫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소비쿠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다른 여가·나들이와 달리 영화관 수요는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주말(16~18일) 총 극장 관객 수는 40만5295명으로 53만명이었던 전주(9~11일)보다 줄었다. 거리두기 완화로 주말 내 제주도 등 관광지와 놀이공원, 명산, 한강공원 등이 나들이 행락객으로 붐빈 데 반해 영화관을 찾는 인파는 오히려 줄었다.


코로나 장기화로 영상 소비 트렌드 자체가 바뀌고 있어서다. '집콕' 증가와 함께 영화관 대신 OTT를 찾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전 상영·공연장 이용은 11.7%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3.6%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 집에서의 콘텐츠 이용이 51%에서 70%로 급증했다. 넷플릭스·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 플랫폼 월 평균 소비지출 금액도 6650원에서 1만3119원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극장가에서 관람객들이 12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는 성동일, 하지원 주연의 영화 '담보' 상영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담보'는 지난 8월 중순 코로나19의 재 확산으로 극장가가 위축된 가운데, 9월 이후 개봉작 중 유일하게 누적 관객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사진=뉴스1지난 1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극장가에서 관람객들이 12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는 성동일, 하지원 주연의 영화 '담보' 상영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담보'는 지난 8월 중순 코로나19의 재 확산으로 극장가가 위축된 가운데, 9월 이후 개봉작 중 유일하게 누적 관객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사진=뉴스1
단순히 코로나 리스크 뿐 아니라 콘텐츠의 질적 저하도 영화관을 찾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코로나 이후 121편의 영화 제작이 중단되거나 개봉이 연기되며 신작 콘텐츠의 부재한 상태다. 개봉을 앞둔 '승리호' 등 기대작들도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공개를 고려하며 오히려 OTT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CGV가 영화 관람료를 최대 2000원 인상키로 결정하며 OTT와의 가격 경쟁력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할인 쿠폰이 소비 유인 효과를 가진 것은 맞지만 그만큼 콘텐츠 경쟁력도 뒷받침 돼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영화 제작과 고용환경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만큼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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