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식품 사업과 물류 등 유통사업이 각각 30~40% 비중을 차지하고 미디어, 생명공학사업이 각각 1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물류와 미디어 부문에서 국내 1위 포털사업자인 네이버와 협력을 추진하게 된 것.
지난해 겪었던 '비상경영' 위기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지난해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M&A, 설비투자 등으로 재무 위협이 부각됐었다. 약 2조원 규모의 미국 쉬완스 인수, 3조원대의 설비투자 및 리스부채(4조7000억원) 등으로 재무부담이 크게 늘어난데 비해 수익성은 악화되면서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기까지 했다. 당시 CJ그룹의 순차입금은 10조4000억원으로 2015년 6조8000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한 상태였다. 영업이익률은 같은기간 5.8%에서 4.4%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CJ그룹은 외형 확장보다는 효율성을 따지는 투자를 고민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장 산업이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콘텐츠, 미디어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파트너로 네이버를 선택했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공을 들이고 있는 쇼핑·커머스 분야에서의 파트너로 CJ대한통운을 보유하고 있는 CJ그룹이 최적의 상대였다.
아울러 미디어 분야에서의 공동의 경쟁자인 카카오에 대한 견제 의미도 있다. 카카오는 종합 콘텐츠업체인 카카오엠을 설립하고 영화, 드라마 제작 시장에 뛰어들었다. CJ ENM 대표이사 출신인 김성수 대표를 영입해 공격적인 투자와 확장을 예고했다. CJ ENM 입장에서는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카카오를 견제하기 위해 카카오와 여러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네이버를 협력 상대로 골랐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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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분야에서 네이버가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활용해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고 콘텐츠 분야에서는 네이버가 보유한 웹툰 등 지식재산권(IP)를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이 활용할 수 있다. 또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의 한류 콘텐츠를 네이버TV 등 네이버가 보유한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향후 새로운 사업에서의 협력도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예컨대 CJ그룹이 약한 온라인 쇼핑 등의 분야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서 함께 투자해 새로운 서비스를 확장하는 식의 사업 협력을 구상해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사업제휴가 아닌 양 사간의 지분이 오고 가는 결속력이 높은 제휴인만큼 앞으로 다양한 방식의 협력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