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개방’, 농구장 ‘폐쇄’…코로나 방역정책의 ‘이중성’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20.10.0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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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구, 다른 방역조치…마스크 쓰지 않은 격렬한 운동에 ‘이중 잣대’ 논란

서울 서대문구 홍은2동 서대문구립인조잔디장은 지난달 9월 29일부터 오는 11일까지 2주간 한시적으로 개방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격렬한 운동을 한다는 점에서 홍제천 농구장과 비교됐지만, 농구장은 폐쇄됐고 축구장은 열어 방역 조치의 이중 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서울 서대문구 홍은2동 서대문구립인조잔디장은 지난달 9월 29일부터 오는 11일까지 2주간 한시적으로 개방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격렬한 운동을 한다는 점에서 홍제천 농구장과 비교됐지만, 농구장은 폐쇄됐고 축구장은 열어 방역 조치의 이중 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1.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서대문구립인조잔디장. 추석 연휴 기간 이곳엔 축구하려는 동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 방역 조치 2.5단계에서 잠시 휴지기를 가졌다가 추석 연휴에 맞춰 다시 개장한 것이다.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축구장은 쉴 틈 없이 돌아갔다.

#2. 서울 홍제천 천변에 위치한 운동시설. 농구와 배드민턴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이곳은 추석 연휴 기간 테이프로 겹겹이 발라진 채 ‘접근금지구역’으로 설정됐다. 헬스나 턱걸이 등 인근 체육시설들은 인파로 북적였으나, 구기 종목이 가능한 이곳만큼은 예외였다.



코로나19로 시설 이용이 제한된 가운데 같은 구에서 다른 방역 조치가 이뤄져 ‘이중 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이 된 서대문구립인조잔디장(축구장)과 홍제천 운동구역(농구장, 족구장, 배드민턴장)은 모두 야외 시설로, 서대문구청이 관리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에 위치한 야외 운동 시설. 농구와 족구, 배드민턴 등을 할 수 있는 이곳은 지난 9월 중순부터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사진=김고금평 기자서울 서대문구 홍제천에 위치한 야외 운동 시설. 농구와 족구, 배드민턴 등을 할 수 있는 이곳은 지난 9월 중순부터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인조잔디장은 서울시로부터 받은 ‘추석 연휴기간 야외 시설 개방’ 공문에 따라 지난 9월29일부터 오는 11일까지 한시적으로 열었다. 2주간 상황을 보고 앞으로 계속 열지 결정하겠다는 것.



구청 관계자는 “격렬한 운동이라는 점을 감안해 경기 중엔 마스크를 쓰지 않더라도 앉아있는 경우엔 마스크를 반드시 쓰도록 했다”며 “참가자들의 발열 체크 등 가능한 한 모든 방역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같은 야외 시설인데도, 홍제천 천변 운동 구역은 사정이 달랐다. 코로나19 2단계에도 열었던 이곳은 어찌된 영문인지 지난달 중순부터 아예 ‘폐쇄’ 수준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인조잔디장과 비슷한 환경인데도 조치가 180도 달라진 이유는 하나. 민원 때문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백련산 산 중턱에 마련된 야외 운동 시설에는 마스크를 반쯤 착용한 이들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이 뒤섞여 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서울 서대문구 백련산 산 중턱에 마련된 야외 운동 시설에는 마스크를 반쯤 착용한 이들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이 뒤섞여 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홍제천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의 민원이 폭주했다”며 “실제 아침저녁으로 현장 점검을 한 결과 마스크 착용 부탁에도 듣는 이들이 거의 없어 이런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두 곳 모두 코로나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인조잔디장과 달리, 인파가 집중된 홍제천 운동 시설에는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장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경기하기는 마찬가지인 데다, 인원으로 따지면 농구장보다 더 많은 이들이 축구장에 참가한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에 적용 기준도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오후 8시 늦은 시간에도 서대문구립인조잔디장은 축구하는 동호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진=김고금평 기자오후 8시 늦은 시간에도 서대문구립인조잔디장은 축구하는 동호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서대문구 홍은2동의 한 거주자 A(21)씨는 “농구장과 배드민턴장만 뺀 모든 야외 시설을 개방했는데, 마스크 착용이 이용의 기준이라면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시간대별 참가자 수 제한 같은 조치를 통해 허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거주자 B(32)씨는 “엄격한 건 좋은데 기준과 해석이 다른 엄격함은 신뢰가 떨어진다”며 “야외 경기 시설에 대한 일관적인 적용 지침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서울시 공문을 받은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고, 관리 담당 부서가 다르다 보니 해석의 문제도 달라진 것 같다”며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시설 관리 규칙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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