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두렵다' 中企 CEO, 자금마련에 전전긍긍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추석 연휴를 앞둔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발권국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추석자금 방출작업을 하고 있다. 2020.9.24/뉴스1

"코로나19(COVID-19)로 직원들 월급 주기도 쉽지 않았는데 추석 연휴가 다가오니 더 힘듭니다. 거래 업체에서도 추석 전에 돈을 달라고 하소연입니다. 대기업만큼은 아니더라도 직원들에게 성의 표시는 해야 하는데 전혀 여력이 없어 걱정입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중소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같이 고생한 직원들에게 떡값이라도 챙겨주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대기업들이 상생과 동반성장 차원에서 중소 협력업체에 추석 자금을 조기 집행해주는 등 과거에 비해 나아졌지만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경기 부진에 코로나19까지 겹쳐 매출 감소와 판매 대금 회수 지연은 물론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문턱이 여전히 높기만하다.

2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전국 107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 자금 수요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67.6%가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 추석자금 사정 곤란 업체 비중 55.0%보다 12.6%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또 추석 상여금 지급예정 업체는 47.3%였다. 지난해 55.4%보다 8.1%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철강업계에 종사하는 A사 대표는 "코로나19로 자동차, 조선소 등 대기업들의 물량이 감소하면서 우리같은 하청, 협력업체들의 일거리도 많이 줄었다"며 "매년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했는데 올해는 상여금을 주지 못하게 될 상황이어서 직원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가구제조 업체 B사 대표는 "미국, 유럽 등에서 코로나19로 경제 활동이 둔화되면서 수출길이 거의 막혔다"며 "상여금이나 추석 보너스는 못주고 조그만 선물로 대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추석자금 부족현상은 영세업체일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없으면 대출이 쉽지 않기 때문. 일부 업체의 경우 보너스나 상여금 지급은 커녕 체불임금 문제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특히 종업원 10인 이하의 영세업체들은 신용도 문제로 은행 대출을 거절당하는 일이 다반사다.

의류제조업체 C사 대표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급하게 운영자금을 마련하느라 카드론을 썼다가 신용등급이 8등급으로 떨어져 은행대출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1억원 정도 자금이 필요한데 대부업체를 통해 마련할 수밖에 없는데 높은 이자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환경기기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D사 대표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인을 위한 정부의 지원대책이 미흡하다"며 "또 은행권은 여전히 자금이 절실한 중소기업은 외면한 채 우량 중소기업에만 돈 빌려주기에 급급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밀린 월급도 못줄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며 "3000만원 정도만 융통하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텐데 상황이 여의치 못하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코로나19 피해와 더불어 추석자금 애로가 겹쳐 현장에서는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한 내수침체, 대외여건 불확실성 증가, 투자 및 수출부진 등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석을 앞두고 일시적 유동성 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원활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현장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