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큰 불이난 다음날인 22일 화재가 발생한 과일상가에서 관계자들이 불길을 피한 과일을 옮기고 있다. 2020.9.22/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추석을 앞두고 이틀 전 화재 사고가 발생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23일 만난 상인 A씨는 "도통 장사가 안 돼서 추석 연휴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모두 물거품이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무너진 지붕, 불에 탄 박스들, 땅바닥을 나뒹구는 과일. 건물 곳곳에는 검게 그을린 자국도 가득했다. 상인들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이곳 상황을 대변하는듯했다.
이날 시장 골목에서 만난 김모씨는 "사과든 뭐든 있는 대로 다 타버렸다"며 "다음주부터 추석 명절이 시작돼 딱 이번 주가 제일 몰릴 때였는데 이게 무슨 낭패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피해가 심하지 않다는 상인 이모씨는 "다행히 피해가 크지 않지만, 시장이 지금 아수라장이 됐다"며 "경기도 안 좋은데 명절에도 못 팔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장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불까지 나서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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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상인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지원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불이 나고 정치인들이 왔다 갔다. 그냥 불이 났다고 하니까 한번 와 본 건지 무슨 해결책이라도 내줄 건지 모르겠다"며 "정부에서 지원해주면 누가 마다하겠냐마는 코로나19 때문에 여기저기 지원할 곳도 많은데 여기까지 생각해주겠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시장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도 안타까움을 전했다. 청량리역 앞 광장에서 만난 정순자씨(59·가명)는 "명절을 앞두고 한창 장사가 잘 될 시점인데 사고가 났으니 어쩌면 좋냐"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시장 쪽을 바라봤다.
한편 지난 21일 새벽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에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점포 20곳이 불에 탄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인력 200명과 소방차 49대를 투입해 화재 진압에 나섰고, 불은 7시간 만에 완전히 꺼졌다. 이 불은 시장 내 통닭집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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