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거절한 임차인, 서초동에 무슨일?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0.10.01 06:50
글자크기
행복주택 모습/사진= 머니투데이DB행복주택 모습/사진= 머니투데이DB


주택 매매가와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서울 서초구 행복주택 건립마저 무산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서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을 건립하려 했지만 주택가격 급등에 기존 세입자들의 거주지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발생한 일이다.

서초동 행복주택 건립, 3년9개월만에 취소… 집값 급등에 기존 임차인 거주지 마련 어려워져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H가 시행하려던 서초구 서초동 1430-6번지 행복주택 건설사업계획 승인이 최근 취소됐다. 2016년 12월 승인된 뒤 3년 9개월여 만이다. 행복주택 건립 계획이 취소되는 일은 흔치는 않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이곳은 LH가 저소득층에 저렴한 임대료로 최대 20년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제공하기 위해 2007년 매입한 매입임대주택이다. 주차장 없이 28가구가 있는 낡은 다세대 주택이다. LH는 이곳에 주차장을 갖춘 32가구 규모의 새 행복주택을 지을 계획이었다. 낡은 집을 새 집으로 바꿔 저소득 임차인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해주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집값 급등이 행복주택 건립의 걸림돌이 됐다. 해당 주택이 있는 이곳은 지하철3호선 서울 남부터미널역과 가까워 인기가 높은 지역이다. 처음에는 임차인들의 의사에 따라 계약기간이 끝나고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이후 LH는 주변 주택을 사들여 새로운 매입임대주택을 만들고 임차인들을 이주시킨 뒤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몇 년 새 주변 집값이 오르면서 기존 임차인들에 서초동 내 새 매입임대주택을 제공하기에 부담스러운 가격이 돼 버렸다. 해당 주택 주변의 서초동 동화빌라(1994년 준공) 전용면적 54㎡의 매매 실거래가를 보면 올해 2월 4억3700만원으로 2018년 3월 3억5800만원 대비 2년여 새 22% 상승했다.

비교적 주택가격 부담이 적은 다른 지역으로 임차인들을 이주시키는 것에는 임차인들이 반대했다. 거주하던 지역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원했다. 결국 LH와 국토부는 서초동 행복주택 건립 사업을 접게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득 1~2분위의 기존 임차인들에게 대체 주택을 제공해야 하는데 집값이 너무 비싸져 매입한 뒤 저렴하게 임대해주기 어려웠고, 임차인들도 다른 지역으로 가느니 기존 주택에서 장기간 거주하기를 원해 논의 끝에 사업을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택가 전경/사진= 뉴시스주택가 전경/사진= 뉴시스
진주 가좌동 경상대 내 행복주택 건립 취소되기도… 하숙업자 반대, 타 부지에 건립 계획
최근 국립 경상대학교 가좌캠퍼스 내 경남 진주시 가좌동 1072번지 일원에 건립하려던 행복주택 건립계획도 취소됐다.

취소 사유는 행복주택 건립 예정지 주변의 하숙집 임대사업자들의 반대였다. 행복주택이 대거 들어서면 임대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경상대 측은 이들의 반대에 경상대 보유 부지 내 다른 지역에 행복주택을 건립하기로 하고 기존 계획을 취소시켰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 공공임대주택 건립 계획이 취소되는 일이 흔치는 않고, 취소도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갖고 진행하고 있다"며 "임차인,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