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게 침수된 날, "감사했습니다…조용히 나가겠습니다"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9.2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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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월세 깎아준 건물주' 뒤로 하고 떠나는 '집합금지' 사장님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코인노래방이 침수돼 있다.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코인노래방이 침수돼 있다.


"바닥에 물이 차올라 며칠을 퍼냈어요. 가게는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네 자녀를 기르는 30대 남성이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서 월세 120만원을 내고 운영하던 코인노래방이 비로 인해 침수된 것을 알게된 것은 이달 18일의 일이었다.

8월이 끝나갈 무렵 가게를 점검한 뒤 더는 찾지 않다 낭패를 봤다. 8월19일부터 수도권 노래방이 집합금지를 맞아 장사를 못했다. 본인도 다른 일거리를 찾다 가게에 들르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반주기가 다 망가졌다. 침수 피해 발생시 임차인들은 "누가 더 잘못했는지 따져보자"라며 건물주에게 관리 부실의 책임을 묻는 배상 소송을 걸기도 한다.

하지만 사장은 사업을 접고 건물을 떠나기로 했다. 건물주는 침수 피해가 발생하기 전부터 사장의 어려운 처지를 감안해 몇달 치 임대료를 감면해 주던 참이었다. '고마운 건물주'와 굳이 소송을 벌여가며 얼굴을 붉힐 마음이 없다는 게 사장의 생각이다.



사장의 가족이 23일 머니투데이에 이 같은 사연을 전했다. 코인노래방업계에선 "집합금지 만 아니었다면 겪지 않아도 됐을 일"이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를 비롯한 수도권 1만6000여개 노래방 사장들은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 하는 황당함과 ‘생계를 잇기 어렵다’는 절박함을 함께 느낀다.

코로나19(COVID-19) 확산 저지를 위한 정부의 방역 대책으로 애꿎은 피해가 늘었다는 인식이다.


부천시가 노래방 업주들에게 발송한 집합금지 관련 안내 문자.부천시가 노래방 업주들에게 발송한 집합금지 관련 안내 문자.
특히 코인노래방을 중심으로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노래방은 지난 5월에도 서울시와 경기도로부터 집합금지를 맞는 등 가장 빈번하게 영업중단 대상이 됐다. 이에 따라 반주기 등 기기 관리를 못한 채 다른 생업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 영업을 못하다 보니 건물주들에게 월세를 제 때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업주들은 건물주의 '선의'에 기대 명도소송을 막기 위한 '읍소'를 이어가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가 집합금지업종에 제시한 지원금은 최대 200만원 규모 2차 재난지원금이다. 사실상 한달치 월세를 내면 끝날 비용이다.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는 "집합금지 업종에서 임차인과 임대인 간 쌍방 간의 책임 분쟁이 이어져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선 정책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합금지 업종 사장들은 영업 재개를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우려하는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 코인노래방협회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질병관리청 등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을 앞두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어느 한 곳 호소할 길 없던 코노 대표들이 영업을 재개할 수 있는 조건을 두고 면담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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