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아남은 동생이에요"…언니 사망진단서 붙인 '폐업신고서'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9.1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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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시도 유흥주점 운영 60대 동생의 안타까운 사연

박미숙(가명·62)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이미지 캡처. 박미숙(가명·62)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이미지 캡처.


"제가 살아 남은 동생이에요. 언니의 사망진단서를 떼 어제 폐업 신고를 했어요."

박미숙(가명·62)씨의 카카오톡 프로필엔 과거 언니와 함께 바닷가에서 촬영한 사진이 있다. "주님. 제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소서"라는 글도 적혀 있다. 박씨는 평촌에서 객실 2개 짜리 소규모 노래바(유흥주점)사업을 동업했던 5살 터울의 친언니와 함께 지난달 극단적 시도를 했다. 언니는 병원에 옮겨 졌으나 사망했고 동생인 박씨 만 살아 남았다. 박씨는 지난 15일 머니투데이에 "건물주한테 얘길 해 내 소지품 다 챙기고 오늘로 다 (임차한 상가를 비우는 절차가) 끝났어요"라고 말했다.

자매의 유흥주점이 집합금지를 맞아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빚을 감당키 어려워져 벌어진 비극이다.



박씨는 장애가 있던 고인에 대해 "나처럼 아이가 없고 '24시간 365일'을 함께 지냈다"며 "장애인차도 언니는 (면허가 없어) 안 돼 내 이름을 같이 올려(동거가족으로 제출해 장애인차량 등록을 하고) 그렇게 평생 살아 왔다"고 말했다.

그는 "떠나기 전 '코로나로 힘들다'는 말을 했다"며 "(집합금지가) 추석까지 이어지면 (다른 업주도) 카드가 다 만땅(한도초과)이 돼 다 죽어나갈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법이 우습다"며 "집합금지를 선별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대판 서자업종'…엑시트 하려도 빚은 어떻게? 절규
(청주=뉴스1) 박정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에서 열린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9.11/뉴스1(청주=뉴스1) 박정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에서 열린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9.11/뉴스1
춘천시 효자동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던 30대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사건이 발생하기 보름 전부터 지인들에게 "가게를 팔고 싶다"며 매수자를 찾아 달라는 부탁을 하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접객원 고용·주류 판매가 허가된 유흥주점은 정부가 노래방과 함께 지정한 11대 고위험시설에 묶여 8월 중순부터 영업을 중단해 왔다. 지난 5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8주간 집합금지를 맞은 데 이어 4개월은 영업을 못했다.

집합금지 대상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차라리 빠른 엑시트(출구 전략)를 결정하는 게 낫다" "이미 매몰비용이 커 더는 어떤 사업도 다시 할 수 없는 벼랑 끝에 몰렸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집합금지 대상에게 정부가 주기로한 200만원 규모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유흥주점은 배제됐다. 지난 3월 코로나19 소상공인 긴급대출대상업종에서 제외된 데 이어 또 지원대상에 빠진 것이다.

박씨가 폐업 신고를 한 날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정부가 생계형 유흥주점을 2차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유흥주점 업주들은 "수해 등 재해는 물론 코로나 사태에서도 금융융자 등 각종 시혜대상에서 배제돼 왔다"며 "현대판 서자업종"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많은 업종임에도 호화·사치업종이란 인식이 수십년 째 이어져 세부담은 많고 정책에선 늘 소외돼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논리다. 유흥주점은 재산세중과(16배) 외 개별소비세 및 교육세(13%), 종사자 종합소득세, 원천세 등으로 총매출액의 40~45% 가량을 납부해야 한다.

박씨의 폐업 신고 날은 보건복지부 독립외청으로 승격한 질병관리청이 개청 기념식을 연 날이기도 했다. 그 사흘 전엔 문재인 대통령이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를 직접 방문해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 청장에게 임명장을 건넸다. 정 청장은 기념식에서 "국민의 신뢰와 기대에 부응해 코로나19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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