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부탁드릴 염치도 없습니다" 코노 사장님의 눈물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9.10 10:16
글자크기

임시 공휴일 끝나니 "거리 두자"…고위험시설 등 자영업자 코로나發 '줄도산 걱정'

코인노래방 사장 김모씨(36)가 상가 임대인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캡쳐를 기자에게 전달했다. 코인노래방 사장 김모씨(36)가 상가 임대인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캡쳐를 기자에게 전달했다.


“사모님. 집팔고 빚내고 차린 내 소중한 가게인데 한달째 가게 문을 못열고 있어 매일 울고만 있습니다. 소상공인 대출이 몇 달을 기다려도 안 나오는데 조금 더 기다려 주세요.”

김모씨(36)는 두 딸을 키우며 홀어머니까지 모시는 돌싱맘이다. 딸들을 넉넉한 환경에서 기르려다 눈물을 흘리며 빌게 됐다. 월세 일부를 근근이 내면서 임대인에게 “애들 학습비 보낼 돈까지 다 보내드립니다”, “버티는 게 맞는지 눈물이 흐릅니다”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는 본인 주택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을 밑천 삼아 경기 일산 번화가에서 코인노래방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현재 약 6개월치 월세·관리비 등 2900만원 가량의 비용을 제때 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5월에 이어 또 다시 코인노래방에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면서 제대로 가게 문을 열지 못하고 있기 때문. 김씨는 “경기도에서 첫 집합금지 명령에 따른 지원금으로 받은 50만원어치 지역화폐를 빼면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김씨의 임대인은 원래 임대료 인하분의 50%를 소득세와 법인세에서 깎아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월 350만원 하던 월세도 얼마간 깎아줬다. 이 같은 배려를 감안하면 임대인이 앞으로 월세 인하나 유예를 그만둬도 ‘나쁜 임대인’은 아니라고 김씨는 생각한다. 생계를 이을 뾰족한 해법도 찾기 어려워 편의점·공장 등 취업을 물색했지만 그마저도 일자리가 없다고 했다.



자영업자의 비명…"200만원 2차 지원금에 정신과 치료 예약"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폐업한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당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폐업한 소상공인에게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올해 코로나 19 발생 후 폐업한 소상공인들로 100만~200만 원 정도 현금성 지원이며, 10일 예정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2020.9.8/뉴스1(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폐업한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당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폐업한 소상공인에게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올해 코로나 19 발생 후 폐업한 소상공인들로 100만~200만 원 정도 현금성 지원이며, 10일 예정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2020.9.8/뉴스1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된 수도권에선 노래방·PC방 등 정부가 지정한 고위험업종을 중심으로 자영업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200만원 규모로 거론되는 '2차 재난지원금'은 이미 악화될 때로 악화된 업황을 돌려 놓기 힘들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건물주부터 자영업자까지 경제주체들이 저마다 엑시트(출구전략)를 저울질할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8월 중순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정상영업이 불가능해진 업종 12곳과 음식점·카페 등 소상공인들을 위해 100만~2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유력시된다. 하지만 노래방·PC방 등 고위험업종 종사자들은 "심리적 충격이 강해 정신 의학과를 찾고 있다" "손실을 전혀 메꾸기 어렵다" "애초에 고위험 업종으로 볼 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한다. 8월17일 임시공휴일 지정, 소비쿠폰 발행 등으로 코로나19 사태가 극적으로 개선될 듯한 기대감을 조성했음에도 확진자가 대량 발생한 결과 고위험 업종이 희생양이 됐다는 논리다.

상가 사라지는 와중에 일부 "5% 올려줘" 요구까지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1주일 연장된 가운데 6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 9.6/뉴스1(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1주일 연장된 가운데 6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 9.6/뉴스1
8월의 황금 연휴와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과 맞물려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는 속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8월 31일부터 나흘간 전국 소상공인 3415명을 대상으로 긴급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폐업을 고려할 것 같다'는 답변이 50.6%, '폐업 상태일 것 같다'는 답변이 22.2%로 나왔다. 가장 버거운 비용은 임차료(69.9%)가 거론됐다.

전반적 경기가 악화된 여파로 전문직들까지 어려움에 직면한다. 다만 이 와중에도 임차인들에게 "월세를 올리자"는 요구를 하는 임대인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대표인 변호사 김모씨(53)는 "며칠 전 건물주로부터 '임대료를 5% 인상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유보금으로 인건비 등 고정비를 지출하는 여건에서 건물주로부터 상가임대차 보호법 상한(5%)까지는 돈을 더 받겠다는 요구를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명도 유예‧인상률 상한 하향‧엑시트…코로나 장기화의 숙제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상점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추석을 앞둔 시장 상인들은 혹독한 상황을 맞고 있다. 2020.9.9/뉴스1(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상점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추석을 앞둔 시장 상인들은 혹독한 상황을 맞고 있다. 2020.9.9/뉴스1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정부 정책에 만 의존할 게 아니라 본업을 유지할지 여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볼 위기가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이나 엑시트가 필요해질 것"이라며 "회생 가능성 있는 업체에 대한 지원과 함께 재교육·훈련·실직수당 등도 함께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자영업자들이 상당한 부채를 떠안은 여건에서 갑작스럽게 새 사업을 벌이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선별적 지원의 확대나 임대료 상승의 추가적 제한 등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추심이나 명도의 유예 등 경제 충격을 줄일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며 "항공, 운수, 여행업이 타격을 입으면 대기업이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는데 영세 자영업자도 생활방역으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임차인들이 어려운 처지인 것은 맞지만 임대인 역시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 것을 감안하면 임대차 보호법상 규정된 인상률 상한을 낮추는 방안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