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사진제공=LG화학
17일 오후 3시 3분 현재 LG화학 (402,500원 ▲7,000 +1.77%)은 전날 대비 4만원(5.82%) 떨어진 64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5.37% 빠진 데 이어 이틀 연속 약세다.
이번 분할은 LG화학이 분할되는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총수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LG화학이 비상장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가지게 된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그러나 소액 주주들의 반응은 다르다. 현 사업에 대한 주주의 지분율 유지가 가능한 인적 분할과 달리 물적 분할은 소액주주를 포함한 기존 LG화학 주주들은 신설회사 주식을 받지 못한다. 오히려 신설회사가 IPO 과정에서 신주를 대거 발행하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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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대표적으로 개인투자자의 사랑을 받아온 종목인만큼 개인투자자의 아픔은 더욱 크다. 특히 주가가 30% 넘게 뛴 지난 8월 개인투자자는 한 달간 LG화학 주식 무려 627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는 코스피 시총 1, 2위인 삼성전자(1조8834억원), SK하이닉스(1조129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소액주주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2차전지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는데, 이를 분사하면 주가 하락 말고 뭐가 남느냐'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일부 투자자들은 '빅히트가 상장했는데 BTS(방탄소년단)가 탈퇴한 셈', '치킨을 시켰는데 치킨 무만 온 것 아니냐' '떡볶이로 대박난 집이 떡볶이는 다른 곳 가서 먹으라고 한다' 등의 비유로 허탈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LG화학 소액주주인 직장인 임모씨(29)는 "긍정적이라는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애널리스트 말만 믿고 안심할 수는 없다"며 "LG화학 주식을 산 이유가 배터리 때문이었는데, 물적분할을 한다니까 불안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임씨는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번 사태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내몰리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며 "배터리 분야가 빠진다면 LG화학 말고도 살 주식은 많으니까 투자 가치를 못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류 기업 된들, 개미는 못 믿는다"…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LG화학 물적 분할로 인한 개인 투자자 피해를 막아달라'는 청원 글. 17일 현재는 '엘지화학'이 ****로 익명 처리돼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한 익명의 투자자는 2차전지주 관련 오픈 채팅방에서 "여태 적자였던 LG화학이 흑자전환되니 바로 키워준 엘화(LG화학) 버리고 IPO 해버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이날 자신을 개인투자자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전기차 관련주, 배터리 관련주라고 생각해서 투자했다. 그런데 분사를 하면 투자한 이유와는 전혀 다른 화학 관련주에 투자한 것이 되고 이로 인해 손해는 어디서도 보상 받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래성이 있는 배터리 분야는 분사해 버리고 저희에게 의견을 묻지도 않는다면, 개인 투자자는 시간과 노력, 투자금까지 모든 것을 손해 보게 된다"며 "최소한 이런 결정이 나기 전에는 주주들에게 알려야 했고 주주들의 의견을 들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IPO로 몰린 돈으로 세계 일류 기업이 된다 한들 저희 개미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기업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17일 기준 해당 글에서 기업명은 '****'로 익명 처리됐으나 청원 글에 언급된 전기차·배터리 관련주, 물적분할 등을 미루어 볼 때 LG화학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 청원에는 4000명이 넘게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