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송승헌, ‘방역’ BTS…한류스타들의 입영 백태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20.09.18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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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검·재입대·외박 특례·입대 연기 등 한류스타들이 맞닥뜨린 ‘논란의 병역사’

지난 2004년 '병역 비리 사건'에 연루된 한류 스타 송승헌(왼쪽)에 대해 열린우리당 우상호(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위선양을 위해 2개월 입대를 미루자는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입대를 코앞에 둔 월드 스타 방탄소년단의 입영과 관련해 최근 더블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입영 연기에 대한 병역법 일부 개정안 발의안을 제출했다. 병역 면제가 아닌 연기에 대한 최근의 여론은 우호적이다. /왼쪽 사진=이기범 기자, /오른쪽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지난 2004년 '병역 비리 사건'에 연루된 한류 스타 송승헌(왼쪽)에 대해 열린우리당 우상호(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위선양을 위해 2개월 입대를 미루자는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입대를 코앞에 둔 월드 스타 방탄소년단의 입영과 관련해 최근 더블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입영 연기에 대한 병역법 일부 개정안 발의안을 제출했다. 병역 면제가 아닌 연기에 대한 최근의 여론은 우호적이다. /왼쪽 사진=이기범 기자, /오른쪽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한민국 사회에서 군대 문제는 공정의 최후 보루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나도 군복무 문제만큼은 누구나 똑같이 다뤄야 한다는 암묵적 평등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병역 관련 사안이 계속 논란 중에 있는 것도 군복무 문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그만큼 민감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입영이 자율의사가 아닌 타율에 따른 강제 행위이기 때문이다.



있는 자와 고위층의 자제들과 함께 연예인의 병역 문제는 특히 논란의 정점에서 다뤄졌다. 최근 사례가 BTS(방탄소년단)의 병역이다. 빌보드 차트 1위를 석권하며 세계 대중음악계의 가장 ‘핫’한 스타로 떠오른 이 그룹 멤버들의 입대가 코앞에 닥치면서 ‘연기’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 3일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병역 연기를 할 수 있게 하는 병역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고 여러 국회의원들도 “국위선양 한류에 혜택을 줘야 한다”며 힘을 보태기도 했다. 무엇보다 ‘면제’가 아닌 ‘연기’ 수준에서의 혜택에 대한 여론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16년 전의 분위기는 지금과 180도 달랐다. 한류스타의 적극적인 국위선양에도 여론의 반응은 싸늘할 뿐이었다. 입영과 관련된 한류스타들의 행보를 추적했다.

① ‘홍역’ 앓은 한류스타 송승헌의 ‘반감 여론’

2004년 9월 병역비리 사건에 송승헌, 장혁, 한재석 등의 유명 연예인이 연루되면서 그해 11월 재검을 받고 모두 입대했다. 당시 한류스타 송승헌은 드라마 ‘슬픈연가’에 출연 예정이었는데, 열린우리당 우상호(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송씨의 신체검사 및 입영 일정 연기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싸이의 '2018 흠뻑쇼'. /사진=임성균 기자싸이의 '2018 흠뻑쇼'. /사진=임성균 기자
우 의원은 “중요한 한류 드라마는 국익 차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입영 시기를 늦춰 한류 열풍이 식지 않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에서 30억가량 유치하는 프로젝트는 개인이 아닌 국가를 위한 일”이라며 “우리 국민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2개월 정도 못 받아줄 만큼이 분노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리 한류스타라도, 그것도 국익에 도움이 되는 공적 인물이라도 입영 관련 문제는 무관용의 원칙이라는 입장을 여론이 확실하게 고수한 사례였다.

② ‘두번 입대’ 월드 스타 싸이의 ‘고군분투’

‘한류스타’ 송승헌의 병역 비리 사건과 맞물려 ‘월드스타’ 싸이도 도마에 올랐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싸이는 산업기능요원으로 이미 대체복무를 마친 상태여서 다시 입대하는 수순을 밟았다.

대체복무 중 100여 회 콘서트를 열어 제대로 복무하지 않았다는 게 재입대 이유였다. 싸이는 병무청 지시에 불목해 소송을 걸기도 했지만, 판결에 따라 군말 없이 복무를 마쳤다.

그리고 2012년 신한류의 서막을 연 ‘강남스타일’을 통해 월드 스타로 발돋움했다. 입대는 입대고, 인기는 인기라는 사실을 ‘고군분투’를 통해 증명해낸 주인공이다.

③ ‘열애 병사’ 비의 ‘병역 특례’

가수 비(정지훈)가 지난 2013년 군복무 중일 때 연인 김태희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만나면서 ‘병역 특혜 논란’이 일었다. 연예 병사로 들어갔지만, 연애 병사로 이름을 날리면서 군인이 맞느냐는 의혹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17년 가수 비의 방콕 공연. /사진제공=웹티비아시아지난 2017년 가수 비의 방콕 공연. /사진제공=웹티비아시아
연예 병사는 외출과 휴가 이외에 지방 행사 등으로 자대 복귀가 어려울 경우 ‘영외 외박’을 받는다. 당시 국회 자료에 따르면 비는 2012년 1월부터 10월까지 62일의 휴가 및 외박을 다녀왔다. 외박은 10일로 연예 사병 중 가장 많았고 공식 외박 외 영외 외박은 34일을 기록했다.

이 일로 비는 징계 중 가장 약한 수위인 ‘근신’ 처분을 받았는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난 여론이 이어졌다.

④ ‘방역’ 빌보드 스타 BTS의 ‘국위선양’

BTS는 위 사례처럼 ‘입영 후의 일’도 아닌 데다, ‘특혜 시비’도 없다. 입영 문제에서 아직 '방역의 모범생'들인 셈이다. 멤버들은 오히려 “국가의 부름을 받고 가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다만 입영 ‘연기’ 등 작은 ‘특혜’에 대한 민감한 여론이 입대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7일 미국 NBC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지난 17일 미국 NBC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측은 병역법에 따라 출생연도가 가장 빠른 멤버 진의 입영연기를 내년 말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빌보드 차트 1위에 따른 국위선양, 상승 무드를 타고 얻게 될 부가가치 등을 고려할 땐 병역법 개정으로 연기 혜택을 더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스타들이 ‘병역 면제’에 몰입한 반면, 지금 스타들은 적극적으로 입대하려는 문화적 태도들이 강하다”며 “이 때문에 병역 혜택에 대한 좋은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관건은 팬덤의 여론이 아닌 누구나 공감하는 공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군대 문제와 관련해서 여론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며 “빌보드 점령이 누구에겐 공적(국위선양) 가치이지만, 어떤 이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기에 그에 대한 여론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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