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자 명부 쓰면 누가 오겠나?" 방역 없는 성매매업소들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9.1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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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K방역 사각?…"정식 업종 구분 제외돼 '집합금지' 안 받네"

14일 찾은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텍사스에서 업소 사장이 골목에 붙은 단수 통보 문서를 보여줬다. /사진=김지훈 기자14일 찾은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텍사스에서 업소 사장이 골목에 붙은 단수 통보 문서를 보여줬다. /사진=김지훈 기자


"여기서 일하는 아가씨들이 거의 다 서른살이 넘었는데 애들 학교 다 시키고(교육하고) 부모 모시기 위해 출퇴근하며 일해요. 다른 사람들처럼 우리도 코로나19(COVID-19)가 무섭습니다. 출입자 명부까지 써달라 하면 어떤 손님이 오고 싶겠어요?"

지난 14일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성매매집결지 미아리텍사스에서 업주 박미경(53‧가명)씨는 본인 가게를 비롯한 업소들의 방역 실태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가게 하나가 날아가면 업소 여성과 가족 등 20명의 생계가 끊긴다"며 나름의 예방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업자들은 소독·마스크 착용 등은 하고 있지만 음식점·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도입된 출입자명부는 도입하지 않았다. 출입자명부는 방문자가 불법적인 성매매를 했다는 증거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성매매업소는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도 피했다. 지난 8월 중순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클럽 등 유흥시설, 대형학원 등이 밀접·밀집·밀폐된 환경에 노출되기 쉬운 고위험시설들로 지정돼 일제히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받았다. 또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좌석 이용이 불가능해졌고 일반음식점도 밤 9시 이후 포장과 배달 만 허용됐다.



성매매업소는 법적 업종구분이 없는 무허가 불법 업소다 보니 영업허가·신고 등을 거친 정식 업종에 적용되는 방역지침은 피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 것.

사실상 '존재 자체'가 불법→방역망은 피하는 역설

지난 14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텍사스. /사진=김지훈 기자지난 14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텍사스. /사진=김지훈 기자
심지어 이같은 '거리두기 2.5'로 불리는 강화된 지침이 완화되기 이틀 전인 지난 12일 심야에도 미아리텍사스를 손님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오갔고 입구 앞엔 차들이 주차돼 있었다. 미아리텍사스 업주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조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과 달리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도 영업을 벌였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유흥주점과 노래연습장 등 정부가 정한 11개 고위험 시설은 여전히 집합금지가 유지되고 있다.

다만 업황은 극히 침체됐다. 서울 성북구가 여성인권센터 보다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지난해 미아리텍사스의 성매매업소는 100곳, 종사자는 300명 규모였다. 반면 현재 이 곳에 남은 업소 규모는 50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탈 성매매 바람이 일었고 오피스텔 성매매가 부상하는 등 성매매가 보다 음성화된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박씨도 "남편 없이 홀로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 5년 전 권리금 2억원을 들여 아가씨 3명이 일하는 업소를 차렸는데 빚만 5000만원 남았다"며 "게속 업소 문을 못 열다 오늘 겨우 연 것 뿐이고 일하는 아가씨들은 손님이 없어 속상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성매매 합법화를 해서 4대 보험하고 재난 지원금도 받고 싶다"는 넋두리도 했다. 지난 2016년 성을 사고 판 사람을 처벌키 위한 성매매특별법 조항이 합헌이란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음에도 사회 한 켠에서 성매매관련 이해 관계자들이 여전히 육아부터 채무관계 정산까지 다양한 이유로 성매매를 생업 삼으려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성매매 특별법에 따른 처벌을 위해선 성관계를 한 증거가 있어야 하지만 경찰이 현장에서 업소를 급습해 이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성북구 관계자는 "주 2~3회 일대 방역을 하고 있으며 업주 요청 시 내부 방역까지 진행함을 홍보하고 있지만 아직 요청한 업소는 없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성매매 관련 대책에 대해 "집결지 근터 상담소 기능을 하는 열림터를 운영하며 피해 여성을 상담하는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조만간 (성매매 근절을 위한) 인식 개선 관련 캠페인에도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성매매업소발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없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전파에 대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비율이 24%인데 이 가운데 일부는 방역 사각지대에서 싹트고 있을 수 있다"며 "정부가 모범적 코로나19 대응을 해왔다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K방역을 내세운다면 감염 사각지대에 대해서도 철저히 (관리) 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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