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역설…소비 줄었는데 카드사 순익 19% 늘었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0.09.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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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감독원자료=금융감독원


국내 카드사들이 코로나19(COVID-19) 여파에도 올해 상반기 두 자릿수 이상 당기순이익이 성장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카드이용액은 줄었지만 장기불황으로 카드론 등 카드대출을 끌어다 쓰는 사람이 늘었고, 모집·마케팅 비용 등 일회성 비용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1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국제회계기준(IFRS 기준)으로 1조118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9405억원) 대비 18.9%(1176억원) 증가했다. 감독당국 기준 순이익 집계인 대손준비금 적립 후 순이익 규모는 1조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7705억원 대비 33.9%(2609억원) 늘었다.



카드업계가 예상 밖으로 '선방'한 이유로는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의 영향이 꼽힌다. 코로나19 여파로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줄었지만, 동시에 급전이 필요해진 자영업자나 중저신용자들이 대거 카드 대출(카드론, 현금서비스)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카드 대출 이용액은 53조원으로 전년 동기(52조3000억원) 보다 7000억원(1.4%) 증가했다. 이중 카드론 이용액은 25조4000억원으로 작년 6월말(23조원)보다 2조4000억원(10.5%) 불어났다.



또 코로나19로 소비가 감소하면서 항공과 여행, 영화, 주유 등의 혜택이 많은 카드의 마케팅 비용도 축소됐다. 특히 해외결제시 발생하는 국제 카드브랜드 이용료 등 업무제휴수수료가 작년 6월보다 1319억원 줄었다.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카드 해외결제 자체가 감소한 영향이다.

아울러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 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13일부터 지급된 재난지원금 총 14조원 가운데 70% 가량이 신용·체크카드 충전방식으로 수령됐다.

여기에 카드사들의 자체적인 비용절감 노력도 효과를 봤다는 설명이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카드사들이 안그래도 비용절감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터지자 허리띠를 더욱 졸라 맸다는 것이다. 예컨대 카드 모집비용 절감을 위해 온라인 발급 비중을 확대하는 식이다.


한편 6월 말 기준 카드사의 연체율은 1.39%로 전년 동월 1.61% 대비 0.23%p(포인트) 개선됐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2.2%로 같은 기간 대비 0.9%p 하락했고, 레버리지비율은 5배로 전년 동기보다 0.3배 상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율과 조정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 지표도 양호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둔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건전성 지표 등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향후 원리금 상환유예 종료에 대비해 연착륙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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