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정부가 새 집주인이 실거주하려는 경우에도 임차인의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인정하면서 시장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실거주용으로 새로 집을 매수한 사람들이 주거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존 집주인들 또한 세입자가 없어야 집을 팔기 수월한데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주택 매도가 어려워졌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이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 주택임대차법 시행일인 지난 7월 31일 이전 매매계약건에 대해서는 새 집주인이 실거주할 경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또 새 매수인이 사전에 전세만기 시 실거주하겠다고 임차인과 사전에 합의했을 경우 계약갱신 거절이 가능하다.
특히 법 시행일과 국토부의 유권해석일 사이에 공백이 생기면서 그 사이 실거주용으로 주택을 매매한 경우가 문제가 된다. 사전에 임차인에게 실거주하겠다고 얘기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얘기 없이 집만 매입했을 경우 임차인과 실거주 합의 여부를 두고 분쟁이 생길 수 있다.
만약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인정된다면 새 집주인은 집을 사고도 다시 셋집을 구하고 그 과정에서 이사비, 복비 등 각종 비용을 추가로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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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 실거주용 주택 매수자는 "실거주용으로 주택 매매계약을 치르고 내년 1월 이사가려고 했는데 이 계획이 틀어지게 됐다"며 "법대로라면 다시 전세를 알아봐야 하는데 전셋값도 오른 상황에서 1주택자라 전세대출도 어렵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기존 집주인들도 반발… "내 집 지금 팔고 싶은데 못 파는 거냐, 재산권 침해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 김창현 기자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 9일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말아주십시오(매수인 실거주가 계약갱신청구권 거절이 안된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현재 1만3200명 이상이 동의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계약갱신권 자체를 보면 임대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 맞는데 이 부분이 위헌인지, 공익을 위한 것인지 따져야 한다"며 "법 규정과 해석이 명확하지 않고 법을 소급 적용하다보니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주택 '매물잠김' 심해지고 전세·매매가 상승 야기할 수도 있어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새 매수자의 실거주 제한은 기존 집주인의 주택 매도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제보다도 더 강한 재산권 침해"라며 "주택의 '매물잠김'이 심해지고 거래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임대차3법으로 신규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전셋값이 오르고 매매가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정부가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새 매수자의 실거주 제한은 매매시장 매물 감소를 야기해 정부가 추구하는 매매시장 안정과는 방향이 달라 시장에 혼란이 생긴다"며 "정부가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