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마이데이터 먼저 해달라“…난감한 금융당국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20.09.0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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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점효과 노린 경쟁 치열해지자 기존 사업자 먼저 심사…금융당국 "고객정보보호 중요, 철저한 심사"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6월2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6월2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하 마이데이터) 경쟁이 과열되면서 금융당국이 난감해졌다. 먼저 시장에 진입하려는 경쟁이 심해져 일괄 심사로 바꿨더니 신규 사업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내년 2월 전까지는 기존 사업자에 대한 허가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기존 마이데이터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던 사업자 38곳을 대상으로 허가심사 절차를 진행중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중 허가 신청을 하지 않은 사업자가 추가로 신청하면 심사대상 사업자는 40여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너도 나도 “마이데이터 먼저 해달라“…난감한 금융당국
당초 금융당국은 1차와 2차를 나눠 20여개사씩 심사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차수 구분 없이 기존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개정된 신용정보법에 따르면 기존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내년 2월까지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사업자를 우선 심사하기로 하면서 신규 사업자의 불만이 거세다. 마이데이터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법 개정에 맞춰 서비스 개발을 준비했는데 당장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준비중인 회사엔 대형 금융회사와 IT회사들도 포함돼 있다.



마이데이터를 준비한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준비를 많이 했는데 기존 사업자에 대한 허가심사를 한 다음에 심사를 한다고 하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사업자는 법적 불확실성에도 먼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먼저 허가를 받는 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 기존사업자 관계자는 "법 개정이 되면서 대형 사업자를 중심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한다고 하니 시장 혼탁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사업자들이 '서로 먼저'를 외치면서 금융당국은 난감해졌다. 특히 1차와 2차를 나눠서 하려는 계획을 접은 건 사업자들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른 사업자가 먼저 허가를 받느니 차라리 같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실적인 심사처리 한계도 기존 사업자 중심 허가심사의 이유로 제시했다. 금융감독원 마이데이터팀은 당초 팀장을 포함해 4명이었으나 최근 9명으로 증원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이 고객개인정보를 다루다보니 심사를 철저히 하려면 많은 사업자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게다가 핀테크 사업자 중에선 제대로 된 전산시스템과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아 현장조사도 필수다. 심지어 신용정보법에 따른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허가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어 이를 거르는 것도 금융당국의 역할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업 혁신성 못지 않게 고객정보보호도 중요하다"며 "전문가로 외부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히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외평위를 구성한 건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일부에서 마이데이터 심사를 담당하는 신용정보팀이 저축은행감독국 소속이어서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질지 우려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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