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전용 84.99㎡ 17층 매물은 지난 12일 9억5000만원에 전세 신규 계약을 맺었다. 인근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단지에서도 지난달 같은 평형 9층 매물이 9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특히 고가주택 기준이 중도금 대출 제한, 불법거래 조사 등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되면서 정책 의도와 달리 실수요자도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지난 4일 수도권 공급확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
12년 전 9억원은 고가주택으로 볼 만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억5060만원이었다. 당시 전국에서 가장 비싼 단지가 모여있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도 평균 6억2364만원으로 고가주택 기준을 크게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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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9억원을 고가주택으로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중위값(매매값의 중간값)은 9억2787만원으로 고가주택 기준보다 높다. 특히 강남권 11개구 아파트 중위값은 11억6323만원에 달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40.56%(50만5520가구)가 시세 9억원을 초과한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 시세 15억 초과 아파트 비중도 17.04%(21만2392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고가주택 기준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가주택 기준을 물가상승률과 연동하거나 공시가격처럼 매년 가격 상승률을 반영해서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도 "현실과 괴리가 있는 고가주택 개념을 차라리 없애는 것도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2.16 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금지한 '15억 초과' 주택을 새로운 고가주택 기준으로 설정하는 방안도 거론한다.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열린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하지만 이는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을 예우한 원론적 답변으로 보인다. 정부 내부 기류를 감안하면 당장 고가주택 기준을 조정할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부동산 규제 완화'란 시그널로 비춰진다는 점을 우려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등 세제 개편 방향이 집값 안정과 투기 근절에 초점을 맞춘 상황에서 고가주택 기준 변경은 시기상조"라며 "집값이 장기간 하향 안정화된 상태라면 모르겠지만 당장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고가주택 기준을 높이면 그에 맞춰 전반적인 집값 수준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