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확장] '정보화 열풍' 속의 북한, 생산성 중심으로 추진

뉴스1 제공 2020.08.1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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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경제'의 정보화?과학화 추진하는 김정은 시대 북한
평양과 지방의 차이 줄여 '전반적 정보화' 사회로 나아가야

[편집자주][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최현규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 회장© 뉴스1최현규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 회장© 뉴스1


(서울=뉴스1) 최현규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 회장/KISTI 책임연구원 = 우리는 이 시대를 4차 산업혁명(4IR) 시대나 인공지능(AI) 시대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현시대를 정보통신기술을 필두로 한 과학기술의 비중이 매우 큰 정보산업 시대, 지식경제 시대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작년에 북한은 정보화라는 단어를 헌법에 명시했고, 거의 모든 부분의 정보화를 추진하려는 상당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보화를 국가 정책 추진의 핵심 목표로 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열린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19의 주제로 '수자경제와 정보화 열풍'을 내세우기도 했다. 여기서 '수자경제'는 디지털 경제의 북한식 표현이다. 또한 지금 건설 중인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의료의 지능화, 정보화가 필요함을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이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정보화 전략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미 시작된 거라 볼 수 있다. 당시의 지도자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모든 일군들은 컴퓨터를 알아야 한다, 컴퓨터 수재 기지를 튼튼히 꾸려야 한다, 모든 학교에서 컴퓨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의 교시로 정보화를 위한 기반을 강조한 바 있다. 그 후 김정은 위원장은 2016년 노동당 7차 당 대회에서 세부 전략노선으로 '인민경제의 주체화⋅현대화⋅정보화⋅과학화'를 내세웠다.



북한의 정보화 업무 주무 기관은 국가정보화국이다. 북한의 IT 정책 및 시행을 총괄하며, 대표 사업으로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2017년 9월에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 2017'을 주최하면서 그 이름이 처음 공개되었다.

이 조직은 과거 제3산업총국, 소프트웨어산업총국, 정보산업지도국 등으로 알려졌던 조직이 북한의 정보화 총괄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며 명명된 듯하다. 과거에 북한 최고의 소프트웨어 개발 기관이었던 조선콤퓨터센터(KCC)에서 개발 조직과 별도의 행정 및 정책 수행 기능을 가진 분화 조직으로 보인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대형 스크린과 개인용 컴퓨터에 건축과 관련된 입체적 화면을 띄워놓고 관련된 토론을 하는 평양건축대학 구성원들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평양 노동신문=뉴스1) = 대형 스크린과 개인용 컴퓨터에 건축과 관련된 입체적 화면을 띄워놓고 관련된 토론을 하는 평양건축대학 구성원들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북한의 각 지역에서 정보화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곳이 도 정보화관리국과 도 전자업무연구소이다. 각 도 전자업무연구소는 도내의 주요 공장, 기업체들의 정보화에 필요한 프로그램 개발과, 공업과 농업부문, 교육과 보건기관들은 물론 주민들의 정보서비스 수요를 담당하기 위해 설치된 정보화 거점 조직이다.


2008년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인 김정은 위원장을 대동하여 자강도 전자업무연구소를 현지지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후 이곳을 전자업무연구소의 본보기로 삼고 있다. 이곳에서는 자강도 내 10여 개 공장과 기업소에서 활용되는 통합생산시스템과 경영정보시스템 등을 개발한다고 전해진다.

평안북도 전자업무연구소가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를 통해 정보기술우수기업으로 연이어 선정되는 것으로 볼 때 도 전자업무연구소의 각 지역에서의 정보화 기여도는 매우 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특성화고등학교라 할 수 있는 기술고급중학교를 각 지역에 설립하면서 IT분야를 중점으로 하는 학교를 설립한 점도 정보화를 위한 중점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정보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해외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들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도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의 대표적인 IT인재 양성기지인 평양콤퓨터기술대학은 정보기술부문에서 세계 유수 대학의 교육자료를 연구 분석하여 대학의 교육과정안과 학과목을 다시 구성했다고 할 정도다. 외부 세계와의 원활한 정보 소통과 이용 환경이 구축돼 있지는 않지만 글로벌 트렌드에 맞춘 나름의 지식 습득을 위해 과학기술 지식의 보급 활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위키 백과에 따르면 정보화는 '어떤 지역이나 분야가 정보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며, 이는 곧 정보시대로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한 학술용어 사전에서 정의하기로, 정보화는 컴퓨터 기술에 기초하여 정보를 수집, 보관, 관리할 수 있도록 각이한 형태의 정보를 하나의 방식으로 일체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보듯 북한의 정보화는 컴퓨터화(computerization)에 가깝다. 북한 매체 등에서 경영활동의 정보화, 생산공정과 경영관리의 정보화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은 컴퓨터를 이용한 일 처리의 자동화를 포괄적으로 정보화라고 표현하고 있다.

북한의 정보화 추진 과정 중 다른 나라와 차이가 나는 풍경이 있다. 먼저 '정보화 본보기'를 정해서 이를 집중 지원하고 따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추진은 정보화 외에도 많이 있다. 교육 정보화를 추진하면서 평양시의 세거리고급중학교(사거리고등학교) 등에 교육설비를 집중 지원했다. 시기별로 단계적 추진을 하게 될 것이고 매우 제한적으로 정보화가 추진됨을 알 수 있다.

평양의 과학기술전당에서 학생들이 컴퓨터를 활용한 학습활동을 하고 있다. 2018.10.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평양의 과학기술전당에서 학생들이 컴퓨터를 활용한 학습활동을 하고 있다. 2018.10.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그리고 원격 교육, 원격 의료를 강조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통신 환경이나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음에도 '먼 거리 의료 체계' 등을 구축하는 것은 도농 격차, 특히 평양과 평양 외의 지역의 차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생산 현장의 현대화와 함께 정보화를 중점적으로 확대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북한은 스마트팜 형태의 지능형 온실 농장을 건설하는 등의 성과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리고 전국적 규모의 정보시스템 구축도 진전시키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산불피해방지시스템이나 홍수관리정보시스템을 개발하여 도입하기도 하고 통합전력관리시스템을 구축하였다고 한다. 분명 전국 규모의 시스템인데 어느 정도의 가용성과 효용성이 있는지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아직 없다.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정보화의 핵심은 경제의 정보화이기도 하다. '현시기 경제의 정보화는 경제건설과 발전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필수적인 요구로 되고 있다'라고 인식하는 만큼 현대화된 정보시스템의 개발로 정보화를 여러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각 영역에서 최신 정보기술과 정보통신 수단을 활용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려 하는 것이다. 즉, 생산성 중심의 정보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는 개별 단위의 인력 잉여 등과 같은 부수적 문제를 일으키므로 북한도 이에 대해 고심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북한의 정보화가 한 국가의 정보화 수준과 정보화의 정도를 정량적으로 표시하는 지표인 정보화 지수의 상승으로도 이어져 전반적인 수준의 정보화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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