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위험천만 배터리 옛말…섬유 형태로 입을 수 있는 ‘아연이온배터리’ 개발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8.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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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 금속의 표면처리 기술 개발, 기존 아연 금속전지의 소재적 한계 극복

(좌) KIST 김지영 연구원(제1저자, 박사과정)과 (우)KIST 이중기 책임연구원이 아연 금속의 표면처리 기술을 통해 육각뿔 피라미드 모양의 형상을 형성시킨 표면의 현미경 이미지를 확인하고 있다/사진=KIST(좌) KIST 김지영 연구원(제1저자, 박사과정)과 (우)KIST 이중기 책임연구원이 아연 금속의 표면처리 기술을 통해 육각뿔 피라미드 모양의 형상을 형성시킨 표면의 현미경 이미지를 확인하고 있다/사진=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저장연구단 이중기 박사 연구팀이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없는 안전한 차세대 아연금속 전극 이차전지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전지는 신체에 착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고, 섬유 형태로 제조가 가능해 앞으로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용 전원으로 적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를 활용한 다양한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화재 사고로 안전한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화재의 주원인은 가연성의 전해질이다. 아연 이온 이차전지는 물 기반의 전해질을 사용하므로 폭발위험이 없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하지만 기존 아연 이온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아연금속 음극(-)은 물 기반 전해질에 지속적으로 부식되는 문제가 있다.

또 아연 이온이 금속 표면에 저장될 때 금속 표면 일부에서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는 나뭇가지 형태의 결정(덴드라이트)이 쌓여 전극 간 단락을 일으키는데 이는 효율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아연금속을 복합화하거나 표면코팅, 형상 변형 등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지만 공정비용과 시간 소모가 큰 한계가 따랐다.

KIST 이중기 박사팀은 금속전극 표면에 전류를 반복적으로 흐르게 했다가 차단하는 ‘싸이클 양극산화 공법’을 개발, 아연금속의 산화막 표면코팅과 형상을 동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 공법을 통해 아연금속 표면에 육각뿔 피라미드가 배열된 형상을 형성시켜 전기화학 반응 중에 덴드라이트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억제했다.


싸이클 양극산화공법에 의한 육각뿔 피라미드 형상 윗부분은 두껍게, 측면 부분은 얇게 산화아연으로 덮여있다. 이 같은 두께 편차는 아연 금속이 상대적으로 산화아연이 얇은 측면에 쌓이도록 유도한다. 연구진은 “덴드라이트는 금속 표면에 수직 방향으로 쌓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데, 전극 표면에 수평 방향으로 아연 금속막이 자라게 하는 이번 기술은 덴드라이트 생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표면에 형성된 산화아연막은 전해질과 직접 접촉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부식을 방지했다.

이번에 개발한 아연금속 이차전지는 구조적·전기화학적인 안정성으로 인해 상당한 가혹 조건(9,000mA/g, 약 2분 만에 총 용량의 완전충전 및 방전)으로 충·방전을 지속해도 1000 사이클 동안 100%에 가깝게 용량을 유지했다.

KIST 연구진은 이 같은 안정성을 바탕으로 유연한 섬유 형태로도 아연금속 이차전지를 제조했다. 이 배터리는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고 직물로 제작해 옷이나 가방 형태로도 응용할 수 있다. 이중기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고성능 아연금속 이차전지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가 인체와 접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인을 차단하고 전지용량 측면에서도 기존 상용전지를 대체 가능할 수준의 우수한 전기화학적 성능을 갖췄다”며 “안전한 인체 친화형 차세대 이차전지로써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재료과학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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