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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해외상속 준비하나…선종구 1218억 싱가포르 이전

머니투데이 세종=박준식 기자 2020.08.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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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광고주의 밤 'KAA Awards 시상식'에서 광고주가 뽑은 광고인상을 수상하고 있다. / 홍봉진 기자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광고주의 밤 'KAA Awards 시상식'에서 광고주가 뽑은 광고인상을 수상하고 있다. / 홍봉진 기자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이 최근 골프장을 매각한 자금 대부분인 1218억원 가량을 싱가포르로 이전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수천억원을 축재한 선 전 회장 일가에 뒤늦게 과세했다가 지난한 송사를 벌이며 대립각을 세워온 세정당국은 이들 일가의 재산 이전 현황을 주시하면서 주요 자금 향방에 관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계획적인 해외 자산이전…3차례 총 1913억
본지가 입수한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의 싱가포르 자회사 자금송금 현황 /사진= 문서 캡쳐본본지가 입수한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의 싱가포르 자회사 자금송금 현황 /사진= 문서 캡쳐본


5일 한국과 싱가포르 세정당국에 따르면 선종구 전 회장은 지난 7월 14일자로 코어아시아퍼시픽 유한회사(CORE ASIA PACIFIC PARTNERS PTE. LTD.)라는 특수자회사를 통해 약 1억4041만 싱가포르 달러(약 1218억원)을 해외 이전했다.

싱가포르 기업회계감독국(ACRA)에 따르면 선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8월 말 현지에 1인 주주 회사인 코어아시아퍼시픽을 설립한 바 있다. 선종구 전 회장은 설립 당시 100 싱가포르 달러를 투자해 자본금을 마련했고, 이후 지난해 1월과 3월에 약 5100만 싱가포르 달러(약 443억원)와 3106만 싱가포르 달러(약 270억원)를 각각 증자해 713억원이 넘는 자금을 이전했다.

선종구 전 회장이 지난달에 이전한 뭉칫돈을 합치면 1년여 만에 순수히 현금으로만 1931억원을 외국으로 옮긴 것이다.

염원이던 골프장 팔 때부터 해외이주 예상
더플레이어 골프클럽 전경 /사진= 홈페이지더플레이어 골프클럽 전경 /사진= 홈페이지
선 전 회장은 코로나19가 창궐한 올해 2월부터 석 달 간 연이어 국내 자산 대부분을 현금화하면서 보유재산의 국외 이전 가능성을 의심받았다. 먼저 △서울 문정동 빌딩(약 150억원)을 팔았고, 이어 △강원도 용평리조트 포레스트 콘도(3월) △춘천 더플레이어스 골프클럽(4월, 1700억원) 등을 처분했다. 특히 골프장의 경우 그가 제10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을 역임한 터라 필생의 유업으로 일군 자산을 팔았다는 점에서 차후 행보를 주목하게 했다.

법조계와 세무당국 다수관계자들은 선종구 전 회장이 얽히고설킨 각종 송사에서 불리한 결과가 예상되자 부당이득금 반환이나 손해배상금 충당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재산을 이전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여기에 1947년생으로 만 73세 고령인 선 전 회장이 차후 승계과정에서 내야 할 상속세나 증여세도 회피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상속지로 택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수백억원 송사 배상금 등 회피목적 정황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실제로 선 전 회장은 지난 6월 조세심판원 합동회의를 통해 622억원 증여세 추징불복을 기각(납세자 패소) 당했다. 또 롯데하이마트와 7년 넘게 벌인 182억 보수 송사에서도 대법원이 지난 6월 기존 원심 판단을 깨고 파기환송하면서 이자까지 230억원 이상을 반환해야 할 처지에도 놓였다. 여기에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벌이고 있는 460억원대 약정금 반환 소송도 2심까지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싱가포르는 캐나다 등과 함께 상속세와 증여세가 사실상 전무한 국가로 추후 선종구 전 회장이 이민을 결정해 국내 거주자 신분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외환거래법 규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선택지다. 해외로 자산을 이전하면 국내 송사에서 패하거나, 세금 추징을 당하더라도 재산압류 등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다. 선 회장이 재산을 이미 자녀들에게 상속한 이후라면 배상이나 추징의 실효성도 상실될 수 있다.

2000억 이전자금 상속하면 1000억 세금 면탈할 수도
국세청이 지난해 적발해 징수한 고액체납자 은닉재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사진제공=국세청국세청이 지난해 적발해 징수한 고액체납자 은닉재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사진제공=국세청
만약 국내에서 선 전 회장이 2000억원 가량의 재산을 아들과 딸에 상속한다면 적어도 1000억원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자산을 싱가포르에 넘기고 국내 비거주자가 되면 반대로 그만큼을 아낄 수 있다.

수천억원 거액을 해외 송금하는 방법은 해외 이주를 위한 재산 반출이나, 법인출자(해외직접투자), 대여 형식 등이 있다. 선 전 회장은 이중 1인 주주회사를 해외에 설립하고, 해당 외국법인 출자자금 명분으로 외환신고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세무당국은 이런 상황을 사전에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외환거래자유화 조치가 이뤄진 이후 양도세 등을 납부한 나머지 자금을 옮긴 것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여기에 청와대가 최근 국세청장 교체를 지시해 김대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시기라 당국도 전열을 재정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안을 정확히 파악해봐야 하고, 개인에 대한 세무조사 내역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송금절차) 과정이 합법적이더라도 세금 추징 등을 인지하고 반출한 자금에 대해서는 차후 조사결과에 따라 불법성을 검토해 해외 세무당국과 공조로 추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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