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볼모' 비난에도…의사들은 왜 파업 결단했나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0.08.0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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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7.23/뉴스1(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7.23/뉴스1


의료계의 집단파업을 촉발한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이 도화선이 됐다. 의료체계를 뒤흔드는 정책임에도 의료계와 어떠한 상의나 분석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원격의료(비대면 의료) 도입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등 그동안 의료계가 반대해온 정책들을 정부가 잇따라 추진하면서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오는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집단휴진에 나서고 일주일 뒤 14일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총파업을 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7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수업과 실습을 거부한다.

특히 대전협은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투석실 등 필수 진료 분야까지 전면 업무를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대체인력 확보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응급의료 체계에 혼선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전협은 전국 수련병원의 인턴과 레지던트 등 1만5000여명이 소속된 단체다. 이들이 의료현장을 비우면 의사들이 대신해야 한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의 경우 수요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비상 상황 발생시 현장 대응 능력에 한계가 나타날 수 있다.

동네의원 등 개원의를 중심으로 13만여명의 회원을 가진 의협은 14일 총파업에 나선다. 정부가 12일까지 △의대 정원 확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공공의대 설립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도입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파업을 강행키로 했다.

정부는 의료계에 연일 대화 손짓을 건네고 있지만 파업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의료계로서도 정부가 이미 4대 정책의 추진을 기정사실화한 뒤 의견을 청취하는 형식이라 먼저 손을 내밀기 어렵다.


2000년대 3번째 의료계 파업…동력확보 미지수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4대악 의료정책 철폐 촉구 및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2020.8.1/뉴스1(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4대악 의료정책 철폐 촉구 및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2020.8.1/뉴스1
의료계가 파업에 돌입하면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도입 반대에 이은 2000년대 3번째 파업으로 기록된다. 다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에서의 파업이라는 부담이 커 동력이 얼마나 확보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의협이 지난달 소속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정부투쟁 관련 설문조사에서 13만여명의 회원 중 2만6809명만 설문에 답했다. 5명 중 1명만 설문에 참여하고 4명은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의협 집행부는 응답자의 85%가 투쟁에 참여하겠다고 답한 것을 토대로 총파업을 결정했지만, 절대 다수의 뜻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다른 의사들은 7일 대전협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뒤 파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 여론이 의대 정원 확대에 기울어 있는 것도 파업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 대한 찬성 응답은 58.2%로 반대 24%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극적으로 파업 철회 등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12일 전까지 정부가 파업 철회 명분을 먼저 제시한다면 의협도 충분히 한 발 물러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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