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증시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던졌다. 바로 '대선 불복'이다. 앞서 가능성을 시사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이를 위한 포석을 놓은 건 처음이다.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따른 우편 선거의 조작 가능성을 들어 대선 연기를 제안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대선 결과를 부정한다면 미국은 전대미문의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우편 투표를 실시할 경우 2020년 (11월3일) 대선은 역사상 가장 부정확한 사기 선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미국에 매우 곤란한 상황을 가져올 것"이라며 "국민들이 안전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투표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선거를 연기한다면?"이라고 썼다.
이날 제안은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표심 경쟁에서 크게 밀리자 지지율 역전을 꾀할 시간을 벌려는 속셈이다. 동시에 최근 가능성을 내비친 '대선 불복'을 위한 명분 쌓기용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선을 연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편 선거에는 문제가 있다"며 "모두가 우편 선거의 문제를 안다. 모른다면 멍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우편 선거에서 사람들이 보낸 투표 용지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선거가 의미가 없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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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뚜렷한 근거 없이 우편 선거에 조작의 위험이 크다는 주장을 펴왔다. 통상 미국에선 우편 선거가 젊은층이나 흑인 등 소수인종의 투표율을 높여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가뜩이나 지지율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크게 밀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우편 선거보다 현장 투표 방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최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전국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은 50.1%로 트럼프 대통령(41.7%) 보다 8.4%포인트 높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사진=뉴스1
이를 바꾸려면 상·하원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지지율에서 앞선 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하원을 통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집권 공화당도 대선 연기에 부정적이다. 미치 매코널 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대선 날짜는 고정불변(set in stone)"이라며 "과거 위기 상황 속에서도 선거는 열렸다"고 했다.
만에 하나 대선이 미뤄지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연장되는 건 아니다. 미국 수정헌법 22조는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어떤 경우에든 2021년 1월20일 만료된다.
만약 이때까지 대선이 치러지지 않는다면 대통령직 승계 절차가 시작된다. 다음 순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지만 대통령과 같은 날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하원의장이 대통령 직을 넘게 받게 된다.
리처드 필데스 뉴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남북전쟁 중에도 선거를 연기한 적이 없다"며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전쟁도 대선을 막을 수 없었는데 코로나19가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부정선거' 주장하며 대선 불복 가능성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연기를 거론한 것은 대선 불복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우편 선거 조작을 막기 위해 대선 연기를 제안하는 등 노력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결국 부정 선거가 치러졌다고 주장할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 "두고봐야 한다. 난 그냥 '예'나 '아니오'로 답하지 않겠다"며 불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난 패배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나는 깨끗하게 승복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김동석 미국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미국의 각 지역 대선은 주지사들이 주관하는데, 지난 대선과 달리 현재 대부분 경합주들의 주지사들이 야당인 민주당 소속이란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삼을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 선거라고 주장하며 행정명령으로 개표를 중단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점거한 채 재선거를 요구하며 장기 소송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이 코로나19 사태로 70여년 만에 최악 수준으로 떨어진 2/4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미끼란 해석도 나온다.
버지니아대의 카일 콘디크 선거 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형적인 접근법을 따르고 있다"며 "그가 의회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대선 연기를 제안한 것은 오늘 아침의 형편없는 GDP 수치에서 화제를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25.92포인트(0.85%) 내린 2만6313.65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12.22포인트(0.38%) 하락한 3246.22를 기록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44.87포인트(0.43%) 오른 1만587.81에 마감했다. 이른바 MAGA로 불리는 4대 기술주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알파벳(구글 모기업) △아마존 중에선 MS만 내렸다. 전기차 대표주 테슬라는 0.8% 하락했다.
이날 미 상무부는 지난 2/4분기 미국의 GDP(국내총생산)가 전 분기 대비 32.9%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감소치 34.7%(다우존스 기준)에 비해선 양호한 수준이다.
더반센그룹의 데이빗 반센 CIO(최고투자책임자)는 "경제지표는 과거를 보지만 주식시장은 미래를 본다"며 "시장은 현재보다 미래가 나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맨해튼이 바라보이는 뉴저지주의 허드슨강변
당초 시장이 예상한 151만건(마켓워치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고용회복에 대한 기대를 크게 낮추는 결과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부 지역이 재봉쇄에 나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가 본격화된 직후인 지난 3월말 68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약 4개월 간 감소세를 이어오다 이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국에서 최근과 같은 대규모 실업은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지난 2월까지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만건대에 불과했다.
종전까지 최대 기록은 제2차 오일쇼크 때인 1982년 10월 당시 69만5000명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최대 66만5000명(2009년 3월)에 그쳤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11.10달러(0.6%) 내린 1942.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은 지난 17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상승했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9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35달러(3.3%) 떨어진 39.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WTI 가격이 배럴당 40달러를 밑돈 건 지난 9일 이후 약 3주 만에 처음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9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밤 9시14분 현재 배럴당 51센트(1.2%) 하락한 43.24달러에 거래 중이다.
미 달러화는 약세를 이어갔다. 같은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5% 하락한 92.97을 기록 중이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