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부정선거 언급하며 "대선 연기???" 돌발 트윗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진경진 기자 2020.07.31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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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3일로 예정된 대선의 연기를 전격 제안했다.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표심 경쟁에서 크게 밀리자 지지율 역전을 꾀할 시간을 벌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가능성을 내비친 '대선 불복'을 위한 명분 쌓기용 발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편선거, 청년·소수인종 투표율 높아 트럼프에 불리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우편 투표를 실시할 경우 2020년 대선은 역사상 가장 부정확한 사기 선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미국에 매우 곤란한 상황을 가져올 것"이라며 "국민들이 안전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투표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선거를 연기한다면???"이라고 썼다.

우편 선거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대선을 미루는 방안을 제안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대선 연기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만약 우편 선거에서 사람들이 보낸 투표 용지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선거가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우편 선거의 문제를 안다"며 "문제를 모른다면 멍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뚜렷한 근거 없이 우편 선거에 조작의 위험이 크다는 주장을 펴왔다. 통상 미국에선 우편 선거가 젊은층이나 흑인 등 소수인종의 투표율을 높여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가뜩이나 지지율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크게 밀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우편 선거보다 현장 투표 방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최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전국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은 50.1%로 트럼프 대통령(41.7%) 보다 8.4%포인트 높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사진=뉴스1(AFP)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사진=뉴스1(AFP)
상·하원 동의 없인 대선 연기 불가능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연기를 원한다고 해도 그의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미국 연방법상 4년마다 실시되는 미국 대선일은 '11월 첫째 월요일이 있는 주의 화요일'로 규정돼 있다.

이를 바꾸려면 상·하원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지지율에서 앞선 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하원을 통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집권 공화당도 대선 연기에 부정적이다. 미치 매코널 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대선 날짜는 고정불변(set in stone)"이라며 "과거 위기 상황 속에서도 선거는 열렸다"고 했다.

만에 하나 대선이 미뤄지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연장되는 건 아니다. 미국 수정헌법 22조는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어떤 경우에든 2021년 1월20일 만료된다.

만약 이때까지 대선이 치러지지 않는다면 대통령직 승계 절차가 시작된다. 다음 순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지만 대통령과 같은 날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하원의장이 대통령 직을 넘게 받게 된다.

리처드 필데스 뉴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남북전쟁 중에도 선거를 연기한 적이 없다"며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전쟁도 대선을 막을 수 없었는데 코로나19가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부정선거' 주장하며 대선 불복 가능성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연기를 거론한 것은 대선 불복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우편 선거 조작을 막기 위해 대선 연기를 제안하는 등 노력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결국 부정 선거가 치러졌다고 주장할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 "두고봐야 한다. 난 그냥 '예'나 '아니오'로 답하지 않겠다"며 불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난 패배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나는 깨끗하게 승복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김동석 미국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미국의 각 지역 대선은 주지사들이 주관하는데, 지난 대선과 달리 현재 대부분 경합주들의 주지사들이 야당인 민주당 소속이란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삼을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 선거라고 주장하며 행정명령으로 개표를 중단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점거한 채 재선거를 요구하며 장기 소송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이 코로나19 사태로 70여년 만에 최악 수준으로 떨어진 2/4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미끼란 해석도 나온다.

이날 미 상무부는 지난 2/4분기 미국의 GDP(국내총생산)가 전 분기 대비 32.9%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버지니아대의 카일 콘디크 선거 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형적인 접근법을 따르고 있다"며 "그가 의회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대선 연기를 제안한 것은 오늘 아침의 형편없는 GDP 수치에서 화제를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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