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AMD의 명암...'미래 가능성'에 주가 역전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20.07.3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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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과 AMD의 명암...'미래 가능성'에 주가 역전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과 AMD의 엇갈린 주가 움직임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업계 '지존' 인텔이 기술 경쟁력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시장은 추격자 AMD의 성장 잠재력에 관심을 보인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AMD는 전날보다 12.54% 급등한 76.0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AMD는 지난 2분기 매출액과 주당순이익(EPS)이 각각 19억3000만 달러, 0.13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 18억5000만 달러, 0.11달러를 뛰어넘는 실적이다.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6.1%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93.2% 증가한 1억7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비대면 수요 증가로 노트북용 라이젠 CPU 판매량이 매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컴퓨팅&그래픽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45% 증가한 13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AMD는 지난 24일에도 16.50% 급등하는 등 최근 들어 눈에 띄는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업계 선두 인텔이 최근 기술 경쟁력 악화 우려 등으로 주가가 급락한 것과 뚜렷하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지난 6월 이후 이달 29일까지 AMD 주가는 41.9% 상승한 반면, 인텔 주가는 22.3% 하락했다.

최근 인텔도 2분기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놨다. 2분기 매출액과 EPS는 각각 197억 달러, 1.19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7나노 제품 생산이 6개월 지연되고, 수율 개선은 12개월 정도 늦어질 것이라는 회사 측 발표에 주가가 급락했다. AMD가 5나노 제품을 개발 중인 상황에서 시장이 인텔의 기술 경쟁력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들이 5나노를 넘어 3나노를 얘기하고 이는 마당에 10나노 신제품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으면 인텔 주주들은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인텔의 7나노 제품 출시 연기로 AMD의 주가가 단기간 급등했다"며 "기술 경쟁력 차이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진단했다.

2분기 실적만 놓고 볼때 AMD는 인텔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AMD 매출은 인텔의 약 10%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3%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AMD 시가총액(891억1587만 달러)은 인텔(2044억4171만 달러)의 43.6%, 즉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연구원은 "시장의 평가가 이렇게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은 결국 사업 구조와 전략, 그리고 연구개발(R&D)의 잠재력 차이에서 비롯된다"며 "4년전 인텔은 1만2000명에 달하는 엔지니어들을 방출한 반면, AMD는 그들의 상당수를 받아들여 설계 경쟁력을 강화해 나갔고, 공정 문제는 TSMC를 통해 해결해 나갔다"고 밝혔다.

밸류에이션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12개월 트레일링(과거 1년간 실적을 기준으로 계산) 기준 인텔의 주가수익비율(P/E)은 10배가 채 안 되는 반면, AMD의 P/E는 100배를 넘는 수준"이라며 "그러나 주식 시장은 과거의 영광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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