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지혜 디자인 기자
'손가락 살인' 악플 달아도 대부분 벌금형…잘못된 학습효과 만들어내악플이 줄지 않는 것은 범죄자들이 처벌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특정 인물, 범죄 또는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을 향해 악플을 쏟아내고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사례들이 쌓여 '악플은 어차피 벌금형'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굳혔다는 것이다.
사기업에서 성폭행 논란이 있다는 인터넷 포털 기사를 보고 피해자를 주장하는 여성을 "꽃뱀"으로 몰아간 악플러 역시 벌금 40만원을 선고받았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겁 주기 위한 멘트일 뿐' '경찰 최후의 발악' 죄 의식 없고 '안 잡히명 땡' 마인드최근 '모욕죄 경험담'이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게시물은 악플에 대한 누리꾼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 게시물을 작성한 누리꾼은 상대방 부모를 모욕하는 댓글을 달았다가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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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 따르면 누리꾼이 집에 놀러온 친구가 쓴 댓글 같다면서 오리발을 내밀었더니 사건이 '혐의없음' 처분으로 끝났다고 한다. 이 누리꾼은 '경찰 말은 겁주기 위한 멘트일 뿐', '자백 받으려고 최후의 발악을 한다'며 자랑하듯 글을 썼다. 아무런 죄 의식 없이 '안 잡히면 땡'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악플 범죄, 선진국이었다면 '감방행'독일 형법의 경우 특정 국적, 인종, 종교 또는 민족적 출신을 이유로 개인을 경멸·비방해 인간 존엄성을 공격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최소 3개월,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귀화한 국민이라는 이유로 이자스민 전 의원을 향해 악플을 쏟아낸 누리꾼들이 적지 않았는데, 독일 법에 따르면 이들은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에 처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은 커뮤니케이션법 제127조에서 '공공의 전기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극히 공격적이거나, 저속하거나, 외설적이거나, 위협적인 성질의 메시지를 송부하는 행위'를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로드리 필립스가 이 법률을 근거로 처벌받은 판례가 있다. 로드리 필립스는 브렉시트 국민 투표와 관련해 영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나 밀러를 상대로 악플을 달았다. 지나 밀러를 살해하면 현상금을 준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인종, 성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영국 법원은 그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악플 범죄를 보다 강하게 처벌한다면 감정싸움이 '고소전'으로 비화되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 교수는 "악플 해결을 위해 중요한 것은 악플로 인해 벌금형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며 "언론 보도나 교육 등을 통해 악플이 처벌 대상임을 알고 스스로 조심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악플이 범죄며 (대상자에게) 중대한 피해를 준다고 하는 사회적인 상식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교육 현장에서 악플 관련 전문 콘텐츠를 통한 교육을 실시해 악플이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법원에서는 처벌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 이수 등 자체적인 교화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