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러 선박 수리작업 내국인 6명 '확진'…조용한 전파 우려

뉴스1 제공 2020.07.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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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선박으로부터 감염됐을 개연성 높아”

(부산=뉴스1) 박채오 기자,조아현 기자,박기범 기자
부산 감천항 전경  © News1 DB부산 감천항 전경 © News1 DB


(부산=뉴스1) 박채오 기자,조아현 기자,박기범 기자 =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원양어선 페트로원호(PETR1, 7733톤)에서 시작된 지역 내 감염으로 내국인 확진자 6명이 발생한 가운데 그동안 지역 사회 안에서 조용한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과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24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선박수리업체 직원 A씨(157번 확진자)와 관련해 추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동료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 8일 부산 남외항을 통해 신선대부두로 입항한 페트로원호에 승선해 수리작업을 했다.

검역 당국은 전날 157번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페트로원호 러시아 선원 94명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했고, 이날 이중 3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157번 확진자를 포함한 지역감염자들이 러시아 선박으로부터 감염됐을 개연성이 큰 상황이다.



안병선 부산시 건강정책과장 역시 이날 오후 열린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지역감염보다 러시아 선박으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항에서는 지난 한 달 사이 러시아 선박 8척에서 모두 7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대상 선박은 아이스스트림호(18명), 아이스크리스탈호(1명), 카이로스호(1명), 레귤호(17명), 크론스타스키호(6명), 미즈로보스바호(2명), 엔데버호(1명), 페트로원호(32명) 등이다.

당초 지난달 22일 아이스스트림호에서 무더기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방역당국은 러시아를 고위험 국가로 지정하고 승선검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고위험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필요한 서류만 제출하는 전자검역을 시행해왔다.


이어 투발루 선적인 카이로스호에서 러시아 선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전 세계에서 입항하는 외국적 선박'으로 검역규정을 변경했다. 하지만 승선검역에서 '무증상자' 감염자를 걸러내지 못하면서 레귤호에서 또 다시 1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검역 당국은 뒤늦게 '항만 근로자와 접촉이 많은 선박'일 경우에는 전수검사를 실시한다고 검역지침을 강화했지만, 이날 페트로원호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검역 강화 전 입항 선박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실제로 페트로원호에 승선했던 수리업체 직원 A씨(157번 확진자)가 전날(23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날 A씨의 직장동료 5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외에도 시 보건당국이 A씨의 지역접촉자 4명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 추가 확진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검역지침이 강화되기 전 부산항에 입항했다 다시 출항한 선박이 이달에만 86척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조용한 감염'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선박들은 직전 출항지가 러시아거나 러시아 인근 해역에서 조업을 하고 부산항으로 들어와 감염 우려가 있는 배들이다.

심지어 지난 22일에는 음성 판정을 받은 크론스타스키호(KRONSHTADTSKIY, 2461톤) 선원들이 2주간의 선내격리 도중에 다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도 발생하면서 항만근로자를 포함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항만근로자들은 어찌됐든 러시아 선박에 승선해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데 검역이 완료된 선박에서도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니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항만근로자들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을 잘 준수한다고 해도 파악되지 않은 무증상 확진자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역소 관계자는 "크론스타스키호 같은 경우 선내 격리 기간 중 실시한 2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이들과 접촉한 내국인은 없다"며 "감염 초기라 바이러스가 검출이 되지 않았을 경우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음성 판정을 받고 격리 중인 선원에 대한 재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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