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빠지고 알맹이 없고…누더기 된 '노사정합의'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07.2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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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빠지고 알맹이 없고…누더기 된 '노사정합의'


코로나19(COVID-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빼고 불완전한 형태로 닻을 올리게 됐다. 노사정 합의가 얼마나 효력을 낼지는 미지수다. 민주노총 사업장이 노사정 합의를 수용하지 않을 수 있고 핵심 쟁점이었던 고용 유지, 임금 동결에 대한 단단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5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 23일 오전 8시부터 12시간 동안 노사정 합의안 추인 여부를 두고 1311명의 대의원이 표결에 참여한 결과 반대 805표, 찬성 499표, 무효 7표로 합의문 추인 안건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책임을 지고 김명환 위원장 등 지도부는 임기 5개월을 앞두고 사퇴했다. 김 위원장은 "대의원 여러분의 뜻을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이고,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하겠다"며 "100만 조합원이 주인되는 조직으로 그리고 모든 노동자의 벗이 되는 진정한 대중조직으로 더 나아가 국민 전체와 호흡하는 민주노총이 되기를 지금도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고용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노사정이 도출해낸 사회적 대타협은 폐기 기로에 섰다. 이번 합의는 민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가 참여해 만들었다. 모든 노사정이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댄 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었다.



22년 만의 완전체 노사정합의 무산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노사정 대표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삼청당)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이날 협약식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불참으로 연기됐다. 오른쪽 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화장, 김용기 일자리 위원회 부위원장, 정세균 국무총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정세균 국무총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2020.7.1/뉴스1(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노사정 대표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삼청당)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이날 협약식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불참으로 연기됐다. 오른쪽 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화장, 김용기 일자리 위원회 부위원장, 정세균 국무총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정세균 국무총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2020.7.1/뉴스1
노사정 합의 자체는 그대로 살려가야 한다는 게 민주노총을 제외한 5자의 공통된 생각이다. 2009년 금융위기에도 민주노총 없이 5자 협의 형태로 노사정 합의가 성사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민주노총이 빠지더라도 노사정 합의는 효력을 낸다고 본다. 노사정 합의는 민주노총을 포함한 6자 모두 도장을 찍어야 효력이 생기는'법적 합의'가 아닌 '선의의 약속'이어서다.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사정 합의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경기침체, 고용위기에 대응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노사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며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노사정 합의 효력은 발생한다"고 말했다.


노사정 합의를 실제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을 통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노사정 의제를 다루는 경사노위에는 민주노총을 뺀 5자가 문재인정부 출범 초부터 함께 몸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와의 교섭 대신 투쟁을 강경파 반대로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효과 반감 우려…노사, 손 계속 잡을까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가운데)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 부결과 관련해 사퇴 입장을 발표를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가운데)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 부결과 관련해 사퇴 입장을 발표를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하지만 노사정 합의가 5자 발표 형태로 공식화하더라도 실제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당장 경영계에선 민주노총 노조 사업장의 반발을 우려한다. 재계 관계자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있는 기업에선 노사정 합의가 담보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노사정 합의가 실제 위기 극복에 얼마나 기여할지도 미지수다. 노사정 합의문엔 노사가 지켜야 할 의미 있는 약속은 거의 없다. 특히 노동계, 경영계 최대 요구사항이었던 일자리 유지, 임금 동결 또는 삭감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가장 큰 쟁점인 고용을 두고 경영계는 일자리 유지에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 기간산업안정자금 지원 요건인 고용 90% 유지처럼 강제력을 갖지 않는 문구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임금 동결 또는 삭감은 아예 합의문에 담기지 않았다. 노사가 임금 협상에서 참고해야 할 가이드라인이 없는 셈이다.

정부는 노사가 서로 손을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종료 예정이었던 중소기업 고용유지지원금 90% 지원 기간은 9월까지 연장했다. 여행업 등 특별고용지원업종은 올해 연말까지 중소기업 90% 지원 등 강화된 고용유지지원금을 적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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