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당대회 레이스 개막…초선부터 중진까지 최고위원 출사표

머니투데이 김하늬 , 이해진 , 유효송 기자 2020.07.2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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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당 윤리심판원은 금태섭 전 의원의 재심 청구 결정 때 헌법적 차원의 숙의(熟議)를 해주기 바랍니다. 헌법과 국회법의 규정 등이 충돌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스1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달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김해영 최고위원의 발언이다. 지난해 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진 금 전 의원에게 당이 징계 결정을 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독립적 의사기구인 윤리심판원의 결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면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 밝힌다"고 했다. 이날 모든 언론은 그의 발언을 비중있게 다뤘고, 결국 윤리심판원은 당론 위배 행위 징계를 받은 금 전 의원 재심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처럼 각 당 최고위원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엔 무게감이 실린다. 최고위원은 정당의 최고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당직자다. 당의 주요 결정 사항에 최고위원들의 생각이 반영된다. 당 지도부는 일주일에 2번씩 최고위원회를 연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그리고 당연직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이 배석한다. 이 자리에서 의원총회 소집을 비롯해 주요 당직자 임명 추천, 각종 회의 소집, 공직선거후보자 추천, 당무 심의·의결 등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더불어민주당의 '8.29 전당대회'는 당대표 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로 불리는 최고위원 6명도 선출한다. 최고위원 성향에 따라 당 지도부의 '팀 컬러'가 결정된다. 전당대회 선거유세 기간 동안 당대표 후보자와 최고위원 후보자간 지역별, 성향별 묵시적 '교감'이 이뤄지는 이유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뉴스1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뉴스1
최고위에선 현안에 대한 당의 대응책과 메시지도 나온다. 최근 논란이 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이해찬 대표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강력한 세금규제 방안의 필요성을 말한 뒤 당정협의에서 관련 대책이 나왔다.

최고위원직은 주로 재선과 3선 이상급 의원들의 '전국구' 정치 무대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 김병관 전 의원이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청년최고위원 몫으로 선출됐다. 20대 후반기엔 박주민·김해영 의원이 초선임에도 당원과 대중의 지지로 최고위원이 됐다.


현재 민주당 최고위원 체제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5명의 최고위원과 당대표가 직접 지명하는 2명의 최고위원으로 구성된다. 당규에 따라 선출직 5명 중 1명은 여성 몫을 보장하도록 돼 있다. 각 최고위원마다 특정 주제와 역할이 주어진다. 이를테면 △박주민(당 플랫폼·연수 및 교육) △박광온(지방자치·자치분권) △설훈(남북관계·동북아 평화) △김해영(청소년·청년) △남인순(민생) △이형석(자치분권) 등이다.

최고위원은 당원들의 '선택'을 받은 지도부란 측면에서 원내대표단과 성격이 다르다. 원내대표가 직접 임명하는 원내대표단이 '통일된 목소리'를 강조한다면 최고위원은 상황에 따라 당대표와 '각'을 세우기도 한다.



20대 국회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소신 발언을 이어간 김해영 최고위원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초선 의원들이 '무서워' 했던 이해찬 당대표 앞에서 김 최고위원은 꿋꿋하게 공개 소신 발언을 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도,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역구 아들 세습이 논란이 시작했을 때도, 김남국 공천 논란과 최근 윤미향씨 의혹에도. 그는 "당이 선제적으로 확인하고 국민 앞에 답을 내놓자"는 취지로 한 발 앞서 나가면서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오후 부산 영도구 사무실에 도착한 뒤 영도다리를 걸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공천관리위의 의결이 보류된 5개 지역에 대해 최종 의결을 하지 않고 후보등록 만료일(25일)까지 최고위도 열지 않겠다고 했다/사진=뉴스1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오후 부산 영도구 사무실에 도착한 뒤 영도다리를 걸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공천관리위의 의결이 보류된 5개 지역에 대해 최종 의결을 하지 않고 후보등록 만료일(25일)까지 최고위도 열지 않겠다고 했다/사진=뉴스1
최고위원이 당대표의 의사결정을 저지한 사례도 있다. 2015년 후반기 당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당대표였던 김무성 전 의원은 홀로 '비박(비 박근혜)'계였고,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해 서청원, 이인제, 김태호 최고위원은 '친박(친 박근혜)'로 꼽혔다. 비박 당대표의 의사 결정과정을 친박 최고위원들이 번번이 '퇴짜'를 놨다. 이 과정에서 폭발한 김 전 대표가 2016년 총선 공천 시즌에 부산으로 훌쩍 떠나버린 게 일명 '옥새 나르샤' 사건이다.

민주당 내에선 계파 논란을 없애기 위해 최고위원회를 없애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온 적이 있다. 2015년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촉한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아이디어였다. 당시 김 위원장은 "최고위를 둘러싼 계파갈등 분위기들이 상당하다"며 "최고위를 폐지해서 우리 당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계층과 세대 등의 대표들이 함께 지도부를 꾸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최고위 폐지는 무산됐고,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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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를 뽑는 '8·29 전당대회'가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당대회에선 당 대표만 뽑는 게 아니다. 당 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이끌 최고위원도 선출한다. 초선부터 4선까지 여러 의원들이 최고위원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당내에서 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사람은 노웅래, 이재정, 이원욱 의원 등 세명이다. 이외에도 김종민, 신동근, 한병도, 양향자 의원 등이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진선미 의원도 최고위원을 준비 중이었지만 여야 원구성 협상 불발로 국토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상황이 애매해졌다. 원외에선 염태영 수원시장이 출마 선언을 했다.

먼저 중진인 노웅래(4선·서울 마포갑) 의원의 도전에 관심이 쏠린다. 노 의원은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 고심 끝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20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모든 자산을 하나로 묶어 문재인 정부를 반드시 성공시키고 집권 20년, 100년 정당을 만드는 것이 소망이고, 소명이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이후 민주연구원 이사와 20대 국회 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았다. 당 내에서 4선의 중진 의원으로 무게감 있는 역할로 그가 적임자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재선인 이재정 의원은 민주당 후보들 가운데 가장 먼저 출마선언을 했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괜찮아요?', '누군가 좀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요?' 등과 같이 민주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담대한 혁신 경쟁의 장이어야 할 전당대회가 너무 조용하다"며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하나는 민주당의 개혁 스피커가 되는 것"이라며 "개혁 당원의 당심을 대변하는 목소리 큰 스피커가 돼 우리당이 늘 혁신의 중심에 서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하면서 최근 당 안팎의 문제를 지적하며 "민주당 다운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들이 큰 의석을 주신 것이 민주당이 전체적으로 잘해서였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야당이 못해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대통령도 국회도, 지방 권력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다. 이제 그 책임은 오직 민주당이 짊어져야할 짐이 됐다"고 강조했다.

재선인 김종민 의원이 충청권을 대표해 최고위원에 도전한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법제사법위원회에 배치돼 문재인정부 1호 공약인 검찰개혁을 비롯, 선거제 개혁, 공수처 등 '굵직한'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은 참여정부시절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을 거쳐 대변인, 국정홍보비서관을 역임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문재인 정부의 정권교체를 도왔다. '친노·친문' 핵심 인사로 불리는 이유다. 같은 '친노·친문' 그룹의 부산 최인호 의원으로부터 사실상 지지와 양보를 받으며 최고위원 출마의 결심을 굳히고 속도감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구광역시당·경상북도당·제주특별자치도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구광역시당·경상북도당·제주특별자치도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호남에선 재선의 한병도 의원이 지역 의원들로부터 출마를 강력 권유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 전북 국회의원들은 지난 6월 모임에서 한 의원에게 최고위원 출마를 권유했다. 특히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던 전남 서삼석 의원이 불출마로 가닥을 잡으면서 호남권 유일 최고위원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한 의원은 친노 진영의 핵심 실무형 인사이자 현 친문 핵심 세력으로 분류된다. 원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과도 격의 없이 지내는 등 친화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국회에는 17대 때 입성했다가 지난 4.15 총선에 당선되며 21대 국회에서 재선 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재개했다.



한 의원은 "전북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최고위 출마의 뜻을 모아줬다. 주변에 의견을 구하며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최고위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 정권 재창출이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수도권에선 재선의 신동근 의원의 출마가 거론된다. 신 의원은 기동민,김한정,소병훈,오영훈 의원 등과 함께 민평련계로 비당권파다. 신 의원은 "주변 의견을 수렴해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가 (정권 재창출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이번 전당대회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국난극복을 해야하는 엄중한 시기이고 부동산 문제부터 시작해 다양한 난제가 놓여져 있다"며 "당정청이 하나돼 (문제들을) 극복을 잘 해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고 정권이 재창출돼 한다.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가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최고위원 리더십에 대해선 "최고위원의 정무적인 균형감각이 필요해 보인다"며 "대표의 그립(주도권)이 세게 작용하는 체제이기는 하지만 최고위원들이 각 현안에 대해 의원과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당론에 반영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지금까지는 이 부분이 조금 약했다"고 말했다.

양향자 의원도 최고위원 출마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양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대표 시절 원외에서 유은혜 교육부총리를 꺾으며 최고위원에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다. 양 의원은 강원·충청·영남·제주 등 비수도권 지역에서 당선된 유일한 여성 의원이다. 삼성그룹에서 처음으로 여자상업고등학교 출신 임원을 지내 화제가 됐다.

양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미래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정확히 구상이 되면 출마를 밝힐 것"이라며 "시스템 정당을 통해 특정 당권 후보에게 줄서지 않는 '유능한 정당'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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