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감사에 中경쟁사 임원이? 코로나 엎친데 反기업법 덮치나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심재현 기자, 김성은 기자 2020.07.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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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이대로 좋은가]

상장사협의회장 "코로나 위기 속 상법개정, 기업에겐 청천벽력"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가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경영권 흔들고 일자리 가로막는 상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전경련최준선 성균관대 교수가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경영권 흔들고 일자리 가로막는 상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전경련


법무부가 지난 11일 입법 예고한 상법 개정안이 코로나19(COVID-19)가 촉발한 경제위기 극복에 심각할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여당과 법무부, 시민사회단체 등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며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계와 학계에선 기업 생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경영권 흔들고 일자리 가로막는 상법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윤창현 미래 통합당 의원, 한국기업법연구소 공동 주최)에서 "법무부는 상법 개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각계 목소리가 제기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규제의 타당성과 필요성이 부족하고, 현 위기 상황에서 기업 생존과 기업가치 제고에도 부정적이다"고 지적했다. 해외 투기자본의 제도 악용으로 경영권 위협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진단도 들린다.



정부는 지난 11일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진에 대해 소송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선출 시 이사와 분리해 뽑고,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무부는 오는 21일까지 입법 예고를 마친 후 법제처 심의와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연내 국회에 제출한다는 목표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회장은 토론회에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하며 우리 상장기업 2분기 실적도 1분기에 이어 좋지 않을 전망"이라며 "그런데도 21대 국회에서 반기업 규제법안(상법개정안 등)이 계속 발의되고 있어 기업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이 한국 실정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코로나 19로 대다수 기업이 미래 투자보다 당장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자본시장이 작은 한국 여건에서, 단기차익을 노리는 외국 투기자본의 악용을 막는 방안도 입법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중대표 소송 도입에 따른 소송남발 우려도 제기됐다. 양만식 단국대 법과대학장은 "다중대표소송제의 필요성도 있으나, 소송 남발에 따른 리스크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에선 빠졌지만 국회에서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논의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소수 주주 권한 강화를 위해 도입한 집중투표제가 오히려 이사의 대표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창현 의원은 이날 개회사에서 "상법이 바로 서야 기업이 우뚝 솟을 수 있고 코로나 극복과정에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다"며 "지금 이 시점에 상법이라는 이름의 입법은 그 자체가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반면 법무부 상사법무과 이혜미 검사는 이날 발제에서 "이번에 정부가 제안한 다중대표소송제는 소수 주주의 경영감독권을 강화해 대주주의 사익추구를 막는 효과가 있다"며 "감사위원 분리선출도 감사위원 독립성 확보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현 정부 안에서 논의 중인 다중대표소송제나 감사위원 분리선임제, 집중투표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강력한 입법"이라고 말했다.

오동희 선임기자

상법 전문 변호사들이 남몰래 웃는 이유…'3%룰'이 뭐길래
현대차 감사에 中경쟁사 임원이? 코로나 엎친데 反기업법 덮치나
대형로펌 A사는 최근 상법 전문 변호사들을 대거 보강했다. 법무부가 기업 경영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기업들의 자문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상법 개정을 추진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에 달하는 의석을 차지한 데 이어 20대 국회에서 불발된 개정안 처리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김모 변호사는 "21대 국회 개원 이후 법조계에서 '상법 개정 특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업들의 자문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며 "그만큼 기업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투기자본 감사 선임 쉬워져…KT&G 먹튀 재연 우려



법무부가 지난달 입법 예고한 상법 개정안은 이른바 '3%룰'로 불리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규정과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3%룰은 기업이 감사를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친 지분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1962년 상법 제정 당시 도입됐지만 그동안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최대주주와 기타주주, 2조원 이상 상장사와 나머지 상장사를 구분해 일부 내용을 완화해 적용해왔다.

법무부 개정안은 이런 예외 규정을 모두 없애고 3%룰을 일괄 적용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50% 이상 지분을 확보한 최대주주라도 감사를 뽑을 때 의결권을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감사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지만 2006년 KT&G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헤지펀드 칼아이칸 같은 '기업 사냥꾼'에게 빗장을 활짝 열어줄 수 있다는 점이 맹점이다. 재계가 기업 경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지난달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에게 전달한 건의서에서 "최대주주 의결권만 제한되면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이 연합하거나 지분 쪼개기로 3%룰을 피하면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감사에 中경쟁사 임원이? 코로나 엎친데 反기업법 덮치나
◇미국도 철회…해외선 의무화 대신 제한적 허용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주주가 임무를 게을리한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할 수 있는 제도다. 비상장회사의 경우 전체 주식의 100분의 1 이상, 상장회사는 1만분의 1 이상 보유한 주주는 누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기업들은 소수 주주들의 소송 남발로 경영활동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를 예로 들면 투기세력이 시가총액 16조6000억원(16일 기준)의 0.01%인 16억원6000만원의 지분만 보유해도 ㈜SK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SK E&S, SK실트론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로 보유해 두 회사를 경제적 동일체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해 다중대표소송제를 인정하는 게 이 때문이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수의 기업으로 구성된 그룹을 다중대표소송제에서 하나의 회사로 간주하는 것은 법인격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지주사 제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에 대한 재계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2018년 현대차그룹과 표 대결을 벌이며 "기업 정관 상의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조항을 없애 달라"고 압박했던 게 대표적이다. 집중투표제가 자신의 편에 설 사외이사를 세울 수 있는 통로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미국도 1940년대 22개주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가 적대적 인수합병의 부작용을 경험하면서 대부분 임의규정으로 바꿨다. 미국, 일본 등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20여개국 중 이를 의무화한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등 3개국에 그친다.

현대차 감사에 中경쟁사 임원이? 코로나 엎친데 反기업법 덮치나
◇상법 개정=경제민주화?…"이념적 이분법 곤란"



학계에서는 상법 개정을 '경제민주화'라는 이념적 틀 안에서만 바라보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사람이 이사회에 들어가 경제민주화가 이뤄지는 것처럼 접근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지배구조의 최종목표는 경영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인데 다중대표소송제나 집중투표제는 기업 성과를 높이는 것과 거리가 멀다"며 "미국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증분석 한 결과 경영권 견제 기능도 효과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현대차 감사위원에 중국 경쟁사 임원이 임명된다면…
고기영 법무부차관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공정 경제 입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고기영 법무부차관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공정 경제 입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오는 21일 입법 예고가 끝나면 국회 통과가 유력시되는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등 3가지가 핵심 쟁점이다.

이들 쟁점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동시에 시행된 사례가 없는 것들이다.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정부나 시민단체는 한국의 가족기업 형태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어 상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중대표소송 제도 달라…일본은 100% 자회사만

다중대표소송은 우리 상법 403조 '주주의 대표소송'의 변형이다. 대표소송은 A회사의 이사진이 책임을 해태할 경우 그 회사 주주들이 이사진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은 A사의 모회사인 B사의 주주들이 A사의 이사진에게 똑같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로서 모회사가 자회사에 제기할 경우 '이중대표소송', 모회사가 손자회사에 소를 제기할 경우 '삼중대표소송'으로 불린다.

문제는 A사의 주주가 아닌 자들이 A사의 이사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를 두고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안은 A사의 지분을 50% 이상 갖고 있는 B사의 경우에는 B사의 주주들이 A사의 이사진의 업무해태에 대해 소의 제기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고, 경제개혁연대 등은 그 지분율을 30%까지 낮춰 대상범위를 넓혀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다중대표소송'이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법이라고 주장하고, 법무부나 시민단체에선 유럽·북미 국가들이나 일본에서도 채택하는 제도라고 주장한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특정 국가에서 다중대표소송을 채택하고 있지만, 우리가 도입하는 제도와는 성격이 다르다.

불문법 국가인 미국은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는 판례와 그렇지 않은 판례가 크게 나뉘어 어느 한쪽으로 판례법이 정립돼 있지 않다. 또 이를 인정하는 경우는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의 경우 다중대표소송(이중대표소송)의 제소 적격에 대해 서울고법이 2003년 8월 인정하는 판결을 했으나, 이듬해 9월 23일 대법원에서 이를 파기환송(선고 2003다49221 판결)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100% 지분을 투자한 자회사에 대해서만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고 있다. 이유는 100%가 아닌 기업의 경우 A사 주주와 B사 주주간 이해충돌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영미계 국가 일부도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고 있지만, 제소 여부를 법원이 허가하는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춰 소송남발이 없다"며 "미국과 일본도 100% 자회사의 경우만 인정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정책팀장은 "100% 자회사에만 적용할 경우 1주만 다른 주주가 갖고 있어도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현재 정부안인 50%를 30%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감사에 中경쟁사 임원이? 코로나 엎친데 反기업법 덮치나
◇경쟁사 CEO를 후보로…감사위원 분리선임 문제

감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는 감사위원 1인 이상을 분리선출토록 개정안을 마련했다.

현재는 이사로 선임된 인물 중에 감사위원을 선출하고, 이때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합산 3% 초과분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대주주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이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보고 아예 감사위원만 따로 뽑되, 대주주의 지분은 3%만 인정해 대주주의 영향력을 최대한 줄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안이 감사위원 '1인 이상'으로만 제안한 것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등은 감사위원 전원을 분리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적대적 경영간섭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경영간섭에 나섰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사례가 그렇다.

지난해 3월 22일 엘리엇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차 사외이사 후보(선임될 경우 감사위원 후보)에 현대차의 경쟁사인 '밸러드 파워시스템'의 최고경영자인 로버트 랜달 맥긴을 추천했다. 밸러드 파워시스템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이끌고 있는 수소연료전지 사업의 경쟁 회사다.

또 현대모비스 사외이사에도 로버트 알렌 크루즈 중국 카르마 오토모티브의 CTO를 추천했다. 이 또한 현대모비스의 중국 경쟁사다. 무위로 끝나긴 했지만 이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됐을 경우 감사위원이 돼 현대차 그룹의 각종 기술과 기밀이 경쟁사에 유출될 뻔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도가 도입되면 몇몇 헤지펀드들이 손만 잡으면 더 쉽게 경영간섭에 나서 경쟁사가 감사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도입하면, 차등의결권도 도입해야

집중 투표제는 이사를 5명을 선출할 경우 이사의 수만큼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주고, 1주를 가진 주주가 5표(의결권)를 1명의 이사에 몰아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도 집중투표제는 도입돼 있지만, 해당 기업이 정관에서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의 문제는 주식회사의 근간이 되는 '1주 1의결권' 제도를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20대 국회 개정안에는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있었으나, 이번 정부 개정안에서는 빠졌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개정안에는 포함돼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는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지만 1주 1의결권 제도를 깰 경우 대주주에게도 미국 등지에서 적용하는 차등의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포드자동차의 경우에 창업주인 포드 집안이 소유한 지분은 7%이지만 차등의결권에 따라 40%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김현수 팀장은 "대등의 원칙에 따라 소수 주주의 이익을 위해 제도를 의무화하도록 바꾸는 것이라면 같은 원칙을 적용해 차등의결권 도입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동희 선임기자

대기업도 못 피한 '감사선임 대란'…3%룰로 더 심각해진다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는 무관합니다./사진=머니투데이DB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는 무관합니다./사진=머니투데이DB
올해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끝난 직후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된 상장사는 315개사다. 지난해(149개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2년 전(56건)과 비교하면 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 집계한 결과다.

실제로 지난 3월 24일 공압기기 제조업체인 TPC는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비상근감사 선임 건이 부결됐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광전송장치 전문업체 옵티시스 (9,900원 ▲100 +1.02%)SKC 솔믹스 (5,950원 ▼10 -0.2%)도 각각 감사, 감사위원 선임이 정족수가 모자라 부결됐다고 알렸다. SKC 솔믹스는 특히 부품소재를 개발하는 SK그룹 계열사이자 13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알짜 대기업이다.

이처럼 기업규모를 가리지 않고 감사 선임안이 무더기 부결되자 '감사선임 대란'이란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미 이런 사태를 예상했다.

특히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이른바 '3%룰'이 완화 또는 폐지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같은 일은 반복될 것이란 지적이다. 3%룰이란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산해 지분율과 상관없이 3%만 의결권을 인정하는 제도다.

기업을 감시하는 감사가 최대주주로부터 독립적 활동을 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1962년 상법 제정 당시에 도입됐다. 문제는 2017년 12월 섀도우보팅(의결권 대리 행사) 제도가 폐지되면서 주총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쏟아졌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감사선임시 출석주주의 과반 찬성과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 찬성 요건을 갖춰야 한다. 섀도우보팅 제도 폐지 이후, 일반 주주 주총 참여가 저조한 가운데 최대주주 측 지분 의결권 상한마저 3%로 제한시키다보니 정족수 미달로 안건이 부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정상적인 주총 마비의 주범격으로 떠오른 '3%룰'을 두고 손질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각계가 내놓은 해법은 다른 상황이다.

우선 법무부는 지난 6월 입법예고를 통해 이와 관련, 주주총회에 전자투표 도입시 의결 요건을 완화해준다고 밝혔다.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만으로도 의결이 가능토록 해 정족수 미달로 안건 부결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이 경우 의결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오히려 세를 합산한 외국계 주주들로부터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맞선다.

국회를 중심으로 나오는 해법은 또 다르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한국증권법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상장회사법 제정 토론회'에서는 3%룰과 관련해 최대주주에 대해서도 합산이 아닌 개별(단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재계는 합산이든 개별이든 '3%룰'을 아예 폐지해달라는 요구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해외 선진국들 중에서 3%룰을 가진 나라는 한국 뿐이고 '1주당 1의결권'이라는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대주주 전횡을 막기 위한 사후조치들이 있는 상황에서 사전적으로 이에 제한을 두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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