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격차 해소에 적극 나서야[MT시평]

머니투데이 김창훈 KRG 부사장 2020.07.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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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격차 해소에 적극 나서야[MT시평]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마스크대란으로 일반 국민들은 약국을 통해서만 공적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었다. 당시 일부 대학생과 SW(소프트웨어)업체가 앱을 제작해 많은 국민이 판매처와 재고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디지털기기에 능숙한 계층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디지털기기에 서툰 노령층이나 소외계층은 마스크 구매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재난지원금 신청 때도 마찬가지다. 디지털에 익숙한 계층은 5분 내로 간단히 신청할 수 있었지만 소외계층에게는 일련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 이른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d)의 명암이다.
 
디지털 격차는 경제적으로 성별로 또는 연령별, 지역별로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이 불균형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디지털 격차를 방치하면 정보 격차로 이어지고 이것이 권력 격차 또는 부의 격차로 이어지면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물론 한국은 디지털 정보 격차가 다른 나라들보다 가장 작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90% 이상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며 5G(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 등 초고속통신망을 갖춘 IT(정보기술) 강국이다. 그렇지만 모든 국민이 IT 테크니션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이 같은 디지털 격차는 엄연히 존재했지만 커다란 이슈가 되지 못했다. 디지털 격차는 빈곤문제처럼 불가피한 사안이라는 인식이 만연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랫동안 디지털 격차를 연구한 한국정보화진흥원 김봉섭 위원은 디지털 격차가 예전에는 “불편함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불이익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선 코로나19 사태처럼 제때 정보를 취득하지 못하면 목숨을 위협받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데 심각성이 크다. 전염병처럼 생존과 직결된 이슈들이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신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앞으로도 모든 정보가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유통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에 소홀하면 불가피한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범국가적 방역대책에도 차질이 생긴다.
 
두 번째는 이번 코로나19가 계기가 됐지만 앞으로 사회는 비대면 서비스가 가속화할 것이다. 비대면 사회가 우리의 일상이 된다고 했을 때 디지털 취약계층은 지금보다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다. 무인식당에서는 주문도 할 수 없고, 현금이 있어도 물건을 살 수 없는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불편함의 문제가 불이익의 문제로, 불이익의 문제는 다시 생존권 문제로 부각된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사안이다. 때문에 문재인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에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디지털 포용이 담긴 것은 의미가 있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디지털 취약계층 현황을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 세부 마을단위별로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다각도의 교육체계를 갖춰야 한다. 디지털에 극히 취약한 계층을 위한 별도 대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가령 AI(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인식 시스템을 지원한다든지 또는 디지털 취약층을 보조할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조치가 그것이다. 우리는 코로나19 방역에 IT를 적기에 활용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평가에 도취돼 디지털 취약계층을 도외시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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