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엔 "6.25 공 커도 친일"…박원순엔 "인생 전체를 봐라"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20.07.1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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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백선엽 장군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뉴시스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백선엽 장군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망자가 된 고(故) 백선엽 예비역 대장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바라보는 진보 진영의 시선이 엇갈린다. 백 장군의 '친일 행적'은 잊지 말라면서도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은 애써 외면하려는 모양새다.

YTN 라디오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노영희 변호사는 지난 14일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논란을 두고) 나는 현실적으로 친일파가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며 "대전 현충원에도 묻히면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노 변호사의 발언은 '우리 민족 북한에 총을 쐈다'는 표현으로 논란이 됐다. 노 변호사는 사과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간도특설대 활동을 했던 친일 행적의 전력이 있는 분을 현충원에 모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라고 발언의 의도는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노 변호사의 경우 같은 날 숨진 박 전 시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박 전 시장의 아들 박주신씨가 귀국했다는 소식과 장례위원회 측이 "5일장을 이해해달라"고 밝힌 기사만 공유해 간접적인 지지를 드러냈다.



결국 고인의 공과(功過)를 평가하는 데 상반된 잣대가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비판은 대표적인 진보 역사학자 전우용씨에게도 적용된다.

전씨는 지난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백 장군 방문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전씨는 "하필 만주군 장교 출신 백선엽씨를 찾아가 '조선의용대가 우리 국군의 뿌리라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백 장군의 과오를 꼬집던 그의 시선은 박 전 시장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씨는 최근 박 전 시장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가 한 여성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아직 모른다"며 "나머지 모든 여성이, 그만한 '남자사람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남사친' 발언에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혔다. 그룹 원더걸스 출신 핫펠트는 "그런 친구 둘 생각 없고 그런 상사는 고발할 것"이라고 공개 반박하기도 했다. 방송인 백지연도 "'나머지 모든 여성'이라니. 감히"라고 지적했다.

여성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온 공지영 작가도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을 추모하는 서울시 온라인 분향소 링크를 공유하면서 “잘 가요”라며 “주님께서 그대의 인생 전체를 보시고 얼마나 애썼는지 헤아리시며 너그러이 안아주실테니”라고 썼다.

피해 여성의 기자회견으로 진상규명 목소리가 높아지는 와중에도 일부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직 명확한 사실관계가 아닌 '의혹'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해호소여성'이라는 표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성추행 피해를 알린 전직 비서를 '피해자'로 부르지 않아, 사건을 의혹 수준으로 깎아내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모두까기'로 유명한 진보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경우 백 장군과 박 전 시장에 대해 모두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진 전 교수는 "공7 과3? 이거, 박정희-전두환 옹호하던 이들이 펴던 논리"라며 "주관적 채점표가 피해자에게 왜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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