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미래 브리핑' 37시간 후…박원순 시장의 마지막 흔적들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7.1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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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망 직전 마지막 브리핑서 "30년 후 온실가스 감축"…유서 통해 "모두에게 죄송하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판 '그린 뉴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는 2022년까지 2조6,000억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그린뉴딜을 추진할 것을 밝히고, 건물, 수송, 도시숲,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등 5대 분야에 걸쳐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0.7.8/뉴스1(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판 '그린 뉴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는 2022년까지 2조6,000억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그린뉴딜을 추진할 것을 밝히고, 건물, 수송, 도시숲,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등 5대 분야에 걸쳐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0.7.8/뉴스1


"아마 지방정부가 하는 발표에 중앙정부의 간부가 오신 것은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만큼 서울시와 환경부가 중대한 사업에 함께 혼연일체가 돼서 하겠다는 환경부 장관님의 의지가 담겨있는 거고."

10일 자정 무렵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8일 오전 11시 서울시청사 2층에서 생애 마지막이 된 공식 브리핑에서 참석자인 황석태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에게 감사를 표하는 발언으로 행사를 끝 맺었다. 환경부는 당시 브리핑 주제인 '그린뉴딜 추진을 통한 2050 온실가스 감축 전략'에 지지 의사를 보내기 위해 황 실장을 현장에 보냈다.



박 시장은 "지방정부가 선례를 자꾸 만들어가면 결국은 중앙정부 정책이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이 점에서 저는 추호에 다른 게 없다고 생각하고 함께 하도록 하겠다"며 말을 맺었다.

'2050년 미래 브리핑' 37시간 후…박원순 시장의 마지막 흔적들


고인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존치 여부나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사옥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설에 따른 1조7000억원대 공공기여금 사용 방안까지 각종 현안과 관련한 정부나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갈등 국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마지막 브리핑은 서울시에 고무적인 분위기로 끝난 것이다.

'2050년 브리핑' 37시간 후
이날은 박 시장이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날이기도 했다. 그는 이튿날 예정됐던 국가균형위원장 면담 일정을 취소했다. 원래대로라면 10일 오후 2시면 시의회 임시회에 참석할 계획도 세웠지만 이날 자정 성북구 성곽길 산책로의 인적 드문 깊은 산속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박 시장의 딸이 “아버지의 핸드폰이 꺼져 있다.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다”고 경찰에 신고한 지 7시간이 지난 뒤였다. 서울시는 행정안전부에 박 시장이 ‘휴가중’이라고 밝혔으나 박 시장의 사망이 확인된 뒤로는 서정협 행정1부시장의 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관 책상에서 발견된 유언장.박원순 서울시장의 공관 책상에서 발견된 유언장.
이미 전날 오전 박 시장은 공관 책상에 유언장을 두고 떠난 뒤였다. 고한석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10일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시장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박 시장은 종이에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썼다. 그러면서 "오직 고통 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고 했다. "모두 안녕"이란 말로 글을 맺었다. 고소 사건은 박 시장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다.

이민주 서울시장 공보특보는 "고인이 별 말씀을 남기지 않은 채 모든 것을 묻고 생을 마감한 이상, 그에 대한 보도는 온전히 추측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고인이 사회적 약자가 진정으로 보호 받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필생의 꿈을 미완으로 남겨둔 채 떠난 상황에서, 이제 편히 보내드리면 좋겠습니다“라는 문자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8일 오전 11시. 시청사 브리핑에서 박 시장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로 가는 문명대전환의 기로에서 오늘 저는 특별히 티켓 한 장을 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며 마지막 브리핑을 시작했다.

"바로 서울판 그린뉴딜이라는 미래형 티켓입니다"라며 티켓 형태에 표어가 들어간 정책홍보 목적의 큰 패널을 들었다. 서울의 미래를 위해 준비했다는 이 티켓은 결국 보내지 못한 편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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