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열어라"…트럼프가 집착하는 3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7.09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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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내 코로나19(COVID-19) 재확산 속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을학기 대면수업 재개를 밀어붙이고 있다. 심지어 개방을 거부한 학교에 대해 자금지원 중단까지 위협한다. 크게 3가지 이유에서 등교 재개가 자신의 재선 가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문 안 여는 학교에 자금 끊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다른 여러 나라들에서 학교는 아무 문제 없이 열려 있다"며 "문을 열지 않으면 자금을 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민주당은 미국 학교들이 11월 대선 전 문을 열면 정치적으로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는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개학 논의를 위해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는 학교를 다시 열도록 주지사와 학교들에 강한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학교를 다시 열지 않길 원한다"며 "그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트위터를 통해서도 "부패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은 의료적인 이유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가을에 학교를 열길 원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그것이 11월(대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틀렸다"고 주장했다.

자녀들이 학교 가야 부모도 직장 복귀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등교 재개에 매달리는 건 11월3일 대선 승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왜 학생들이 학교에 가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될까.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 가야 부모들이 직장으로 돌아가고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의 경제적 충격이 본격화된 4월 미국에선 한달새 일자리가 2050만개나 급감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이후 두 달 동안 750만개의 일자리가 다시 늘었지만 종전 수준엔 한참 못 미친다.


문제는 기존에 일하던 숙력 노동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녀 돌봄 문제를 이유로 직장 복귀를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실업급여에 연방정부 보조금까지 합쳐 기존 임금 못지 않게 받는 실업자들이 자녀 보육 문제까지 있는 상황에서 굳이 출근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얘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 재계단체와 보수단체들이 부모들의 직장 복귀와 경기회복을 위해 9월 가을학기부터 학교를 정상화해 달라고 백악관에 요구하고 있다.

둘째, 대학교에서 대면수업이 재개돼야 학생과 교직원들의 외식 등 소비가 늘어난다. 올 상반기와 같은 원격수업 체제에서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집에 머물며 직접 조리해 식사를 해결하는 것은 GDP(국내총생산)에 기여하는 효과가 미미하다.

마지막으로 부모들 입장에선 자녀가 통학을 시작해야 비로소 코로나19 위기가 잦아들고 사회가 정상화됐다고 느낄 수 있다. 그래야만 행정부의 코로나19 사태 대응 실패에 대한 불만도 누그러질 것이란 게 트럼프 대통령 측의 계산이다.

뉴욕 맨해튼이 바라보이는 뉴저지주의 허드슨강변뉴욕 맨해튼이 바라보이는 뉴저지주의 허드슨강변
하버드·MIT "유학생 비자 취소 중지" 소송
트럼프 행정부가 대면수업 없는 학교의 유학생 비자를 취소키로 한 것도 등교 재개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다.

지난 6일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발표한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 개정 공지문에 따르면 비이민 학생비자인 F-1(학업)과 M-1(직업 관련 연구 및 실습) 비자 소지자들은 소속 학교가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할 경우 미국에 체류할 수 없게 된다. 미국에 남으려면 반드시 대면수업을 한 과목이라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국제학생통계(IIE)에 따르면 2018~2019년 미국에 체류 중인 유학생은 100만명이 넘는다. 이는 미국 내 전체 고등교육 인구의 약 5.5%를 차지한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인도,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순이다.

한국 유학생의 경우 5만 2250명으로 전체 유학생 가운데 4.8%를 차지한다. 구체적으로 학부 과정생은 2만5161명, 대학원생은 1만5518명, 비학위 과정생은 3497명이다.

하버드대 등 일부 대학들은 올 가을학기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대다수 대학들은 아직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국인을 비롯한 대다수 유학생들이 갑작스러운 비자 발급 정책 변경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이날 원격수업만 받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 취소 방침을 담은 이민당국의 새 조치 시행의 일시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버드대와 MIT는 “이 정책은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여론을 미리 청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통학을 위한 방역지침의 완화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서 "통학을 위한 CDC(미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매우 어렵고 값비싼 지침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개방을 원하면서도 학교들에 매우 비현실적인 일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내가 그들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CDC가 마련 중인 통학지침에는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자리 배치 △물리적 차단막 설치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5일 미국 50개 가운데 16개주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증가했다. 글로벌 통계사이트 월도미터스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313만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1% 수준이다. 누적 사망자는 13만여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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