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윤 총장이 8일 오후 발표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입장은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에 방점이 찍힌다. 추 장관은 수사 공정을 위해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지휘한 바 있다. 윤 총장은 "총장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수사본부의 독립성 보장을 다짐했다. 이로써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른 모양새가 갖춰진 셈이다.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은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채널A 사건은 검언유착 외에 권언유착 의혹이 있는 사건"이라며 "현 수사팀은 수사초기 MBC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이후 권언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는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편파 수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윤 총장의 이날 건의는 추 장관의 지휘를 거부하지는 않았으나 추 장관이 "문언대로 시행하라"고 요구한 것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는다. 추 장관은 특히 윤 총장이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모색할 때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이미 때 늦은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전날과 이날 오전엔 연가를 내고 잇따라 입장문을 내면서까지 타협이 없다는 점을 비장한 각오로 밝히기도 했다. 윤 총장의 '건의' 형식을 수용할 가능성을 전면 차단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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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을=뉴스1)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며 "내일(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고 8일 밝혔다. 추 장관은 "국민은 많이 답답하다"며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대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의 수용여부를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고검장과 검사장들을 소집해 의견을 수렴한 상태다. 추 장관은 8일 오전 8시 40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 사찰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두고 "고민을 거듭해도 바른 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것에 생각이 미칠 뿐"이라는 글을 올렸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페이스북)2020.7.8/뉴스1
또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최후통첩을 날리며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되는 동안에도 법무부와 대검 간에는 윤 총장이 이날 건의한 중재안이 물밑으로 논의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법무부 고위 간부들은 검찰청법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를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는 헛점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남은 것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의 건의를 받아들일 지 여부다. 수사지휘 거부로 받아들인다면 윤 총장에 대한 실력행사에 돌입할 것이란 게 검찰 안팎의 예상이다. 감찰 등 징계 절차에 착수하며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변수는 있다.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은 결국 해임으로 가는 수순으로 임면권자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최종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이 내려져야 하는데 윤 총장의 해임이 가져올 정치적 후폭풍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는지에 따라 추 장관도 중재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