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군불땐 '추가 취득세'…싱가포르선 외국인 견제용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0.07.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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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여권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검토 중인 싱가포르의 ‘추가 취득세’ 제도가 현지에선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의 주택 투기 억제를 주목적으로 설계된 제도로 알려졌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선 내국인 다주택자가 3년 이상 주택을 보유하면 양도세를 물리지 않는데,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섣불리 도입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싱가포르 추가 취득세, 외국인·법인 규제 목적 강해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싱가포르의 경우 2주택자부터 12% 이상의 취득세를 부과한다”며 “투기수요를 줄이기 위해 싱가포르 등 해외 사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싱가포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12월~2013년 1월 0~3%였던 취득세율을 단계적으로 높였다. 2018년 6월 이후 취득분부터 2주택은 12%, 3주택 이상은 15%의 취득세율이 적용된다. 1주택은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한 1~4%의 취득세율이 적용된다.



싱가포르 추가 취득세 제도. /자료=국토연구원싱가포르 추가 취득세 제도. /자료=국토연구원
이 부분만 보면 내국인 다주택자를 규제하기 위한 제도로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싱가포르의 추가 취득세는 외국인과 부동산 법인에 더 세금을 많이 부과하도록 설계됐다. 이들은 주택을 한 채만 사도 20~30%의 세율이 적용된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김지혜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싱가포르가 추가 취득세를 강화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특히 중국에서 투기수요가 유입돼 단기 매매 후 차익을 실현하고 이로 인해 주택가격이 단기간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싱가포르가 주택 추가 취득세를 도입한 이유는 당시 내국인보다 외국인들이 주택을 많이 사서 시장이 불안정했기 때문에 차등적 세율을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양도세 중과 제도 없어…양국 특성 고려해야
양국의 양도세 부과 방식이 다른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최고 60%의 세율을 적용하지만, 싱가포르는 주택 수와 관계없이 3년 이상 보유한 경우엔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다만 매입 후 1년 이내 12%, 1~2년 이내 8%, 2~3년 이내 4%의 세율을 각각 적용한다.

이 역시 내국인보다는 외국인이나 이들이 돈을 댄 부동산 법인들이 단기 시세차익 목적으로 주택을 거래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싱가포르 주택 양도세율. /자료=국토연구원싱가포르 주택 양도세율. /자료=국토연구원
싱가포르는 또 공공분양을 받으면 최소 5년의 의무거주 기간이 있고, 가구당 신규 주택 분양 기회를 2회로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주택 비중도 90%가 넘어 10% 미만인 우리나라와 차별화된 시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 시장안정을 위해 싱가포르의 취득세 제도만 선별 수용하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우리나라도 과거 주택 보유 수에 따라 취득세율을 차등적용했지만 대체로 4% 이내에서 조정했다”며 “만약 싱가포르처럼 10%대 취득세율을 적용하면 고가주택 거래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금 여력을 보유한 구매자는 가구원에게 미리 증여하는 사례도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자들이 불안 심리가 크고 주택가격이 오르는 지금 같은 시점에선 취득세율을 높인다고 해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보다는 채권매입 방식 등으로 시중 유동성을 관리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심교언 교수도 "취득세율을 올리면 거래가 더 얼어붙고, 증여는 늘어나며, 똘똘한 한채에 집중하는 경향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국내 여건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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