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폭력근절안' 늦장처리한 인권위…"최숙현 못 살핀 책임통감"

뉴스1 제공 2020.07.0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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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특조단 권고안 6개월 늦어…평소보다 2~3배 지연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감독 A씨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회가 선포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0.7.6/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감독 A씨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회가 선포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0.7.6/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가 경주시청 팀에서 지도자 등으로부터 가혹 행위에 시달려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2월부터 체육계에서의 성폭력과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특조단)을 설립해 직권조사를 하며 대응했지만 적극적으로 국가차원의 대안을 권고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체육계에서 성폭력, 인권침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조재범 전 코치에 대해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성폭행을 고발한 이후 체육계 미투가 확산되면서다. 인권위는 스포츠분야 인권보호체계 개선을 위해 지난해 2월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여성가족부와 함께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특조단)을 설립해 스포츠계 실태조사에 나섰다.



특조단은 당시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선수단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펼쳤으며 국가 차원의 권고안도 마련할 예정이었다. 실제로 인권위는 전국체전 경기장과 숙소를 현장조사하고 실업팀 선수와 체육단체 기관종사자 성폭력 등 실태조사를 마치며 피해 통계자료를 내고 대안을 권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특조단이 직권조사한 결과를 논의하고 총체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담아 관계 국가기관 등에 권고하기로 전원위원회에서 의결했지만 이를 바로 권고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전원위원회에서 의결된 안건을 관계기관에 통보하지 않다가 6개월이 지난 지난 6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당시 의결건을 재상정해 다시 의결해 늦장 처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최 선수는 팀에서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23살의 나이로 지난달 26일 세상을 떠났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최 선수의 지인은 "슬리퍼로 얼굴을 치고 갈비뼈에 실금이 갈 정도로 구타했고 식고문까지 자행했다"면서 "참다 못해 고소와 고발을 하자 잘못을 빌며 용서해달라는 사람이 정작 경찰조사가 시작되니 모르쇠로 일관하며 부정했다. 최 선수는 이런 고통과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현재 분산된 체육행정 주체들만으로는 폭력 등 피해에 적극 대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통령에게도 독립적이며 전문적 조사기구인 인권위 역할의 강화 필요성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며 지난해 12월 해당 개선방안을 의결한 취지를 설명했다.

늦장 처리 논란과 관련해서는 "2020년 2월경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국가기관과 국민의 방역과 생존 노력이 최우선시 되는 상황을 겪었다"며 "인권위는 전원위원회에서 결정한 권고 사항 중 일부 권고 내용이나 적용 법리가 명확하지 못한 사항을 보완해 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의결에 더해 대통령에게 보다 근본적인 국가적 책무를 강조하는 권고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뿐만 아니라 인권위는 상당기간이 필요할 수 있는 스포츠계의 변혁 과정에서 현재 체육인들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보호하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개선사항도 보완하여 같이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상정된 안건이 재상정되는 경우는 있지만 의결이 됐는데도 6개월 동안 해당기관에 통보가 안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보통 의결안건은 1~2달정도 걸려 통보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인권위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조사구제규칙 35조에 따르면 법에 따라 권고를 의결한 경우 의결일로부터 40일 이내에 통지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해당 의결안이 40일이 넘게 통지되지 않은 점은 위원회 규칙과 배치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권위는 이날(7일) "고 최숙현 선수의 비극적인 피해에 보다 더 넓고 적극적으로 살피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지난 2019년 12월 의결했던 스포츠계 인권보호체계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에 더해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폭력과 성폭력 피해는 우리 사회가 갖는 스포츠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면적인 변화 없이는 무한 반복될 것이 자명하므로 대통령이 행정수반으로서 직접 중심이 되어 국가적 책무로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며 오랜 기간 견고하고 왜곡되어온 스포츠계 폭력적 환경과 구조를 변혁해줄 것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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