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도 칭찬했던 혁신, '세그웨이' 결국 사라진다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20.06.25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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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 전인 2001년, 가로로 바퀴 2개가 달리고 가운데 긴 막대가 붙은 특이한 이동수단이 방송에 소개되며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 움직이고 브레이크도 없는 이 물체의 이름은 '세그웨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다음달 생산이 중단된다.

포르투갈에서 관광객들이 세그웨이를 타고 있다. /사진=AFP포르투갈에서 관광객들이 세그웨이를 타고 있다. /사진=AFP


23일(현지시간) 미국 패스트컴퍼니, CNN은 세그웨이의 생산이 7월15일 중단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햄프셔에 있는 공장 직원 21명은 해고된다.



생산이 중단되는 이유는 판매가 신통치 않아서다. 2015년 세그웨이를 인수한 중국 '나인봇'(전동휠·킥보드 등 제조)의 전체 매출 중 세그웨이는 1.5%가량만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판매도 개인보다는 경찰, 관광업 쪽에서 주로 이뤄져왔다.

회사에 따르면 2001년 이후 팔린 세그웨이는 14만개 정도이다.



처음으로 공개됐을 대 이 제품의 평가는 좋았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2001년 12월2일 시승 기사에서 "매킨토시 이후 가장 기다려온 제품"이라고 평가했고,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PC만큼이나 대단한 거물"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이를 발명한 딘 카멘은 도시교통 혁명이 일어나고, 세그웨이가 자동차를 대체할 것이라고 자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높은 가격, 난해함 등은 이러한 꿈의 실현을 막았다.


/사진=AFP/사진=AFP
CNN에 따르면 세그웨이는 첫 판매 때 4950달러(현재 환율로 약 600만원)가 책정됐으며, 회사 측은 현재 가격이 6000달러(720만원) 이상이라고 매체에 밝혔다.

지난 2003년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세그웨이에 탔다가 떨어진 일이 있는데, 주디 카이 세그웨이 대표는 패스트컴퍼니에 "여전히 어떻게 타는지부터 배워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스스로의 단점을 지목했다. 반면 최근 인기를 얻는 전동스쿠터 등은 타는 법을 배우기가 쉽다.

세그웨이 무게가 40㎏ 이상인 것과 달리 이들 이동수단은 상대적으로 가볍기도 하다. 세그웨이가 사용자 요구에 맞춰 변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패스트컴퍼니는 "아이폰이 그동안 진화해온 것과 달리 세그웨이는 진화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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