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등록 했더니 분양자격 뺏길판" 재건축 임대사업자 반발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20.06.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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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임대 주택 등록하라는 정부 말 따랐더니 오히려 독이 됐다."

분양신청 자격에 실거주 요건을 넣겠다는 정부 발표에 재건축 아파트 소유주들이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8년 장기 임대를 신청한 경우 분양자격을 박탈 당하게 될 수도 있어서다. 이들 재건축 단지들은 많게는 전체 가구의 10% 가량이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상황이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내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곳은 총 50개 단지, 3만3407가구다.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개포주공5‧6‧7단지, 도곡삼익아파트, 신반포2차아파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에 따르면 이들 단지가 올 연말까지 조합을 설립하지 못하면 거주요건을 갖춘 경우만 분양 신청이 가능하게된다.

소유 개시시점부터 조합원 분양신청시까지 2년 이상 거주해야 분양 신청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현금청산되는 것이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투자한 이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정부가 초강수를 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중 보유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경우다. 국토교통부 '렌트홈'에 따르면 지난 5월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성산시영’아파트의 등록임대주택은 전체가구(3710가구)의 10%인 372가구다. 이중 267가구가 8년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이다. 이들은 8년 동안 주택을 의무 임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0만원의 과태료와 함께 그간 감면 받은 세제 혜택을 반납해야 한다.

성산시영아파트의 경우 앞으로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주민들은 향후 8년 내에 분양신청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년 장기임대를 신청한 사업자의 경우 실거주 요건을 맞추지 못해 분양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성산시영아파트를 보유중인 한 주민은 "임대사업자들이 3000만원 과태료 물고 사업자 등록을 위반하거나 시세가 그나마 괜찮을 때 집을 팔아야하는 상황 이라"며 "목동, 은마 등 초기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 추진 시점을 임대 기간이 끝나는 뒤로 미루자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2017년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을 펼치면서 대다수가 8년 장기임대를 선택했다는 점에 분노한다. 전세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취지에 호응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는데 결과적으로 피해를 입게됐다는 거다.

성산시영과 같은 처지인 신반포2차(112가구) 개포주공5단지(60가구) 개포주공6‧7단지(153가구) 등도 등록된 임대주택이 적지 않다. 최근 안전진단을 통과한 목동6단지(146가구)와 11단지(265가구)도 임대주택비중이 전체 가구의 10%를 훌쩍 넘는다.

앞선 성산시영 아파트 소유자는 "사업 기간을 고려하지 않은 사실상의 소급 적용으로 과도하게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안전진단을 신청하는 단지로 기준을 앞당기든지 조치를 취하지않으면 사업이 중단되는 곳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정부는 재건축 실거주 요건 강화와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가 충돌한다는 지적이 일자 대책 발표 하루만에 구체적인 현황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단지별 임대사업자 등록 현황과 잔여 임대기간 등 실태조사를 거쳐 예외 조항 등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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