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빛내리, 유전자 발현 조절하는 ‘RNA 결합부위’ 찾았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6.0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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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석좌교수)과 김종서 연구위원(서울대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사람 세포 속 RNA와 RNA결합단백질 간의 결합 부위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장/사진=IBS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장/사진=IBS


RNA 결합단백질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다. 이번 연구는 질병과 세포 기능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생리적 기본 원리를 밝혀내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RNA는 DNA로부터 각 단백질에 해당하는 정보가 전사된 유전체다. RNA는 이 정보를 번역해 단백질을 생산하는데 전사되고 나서도 번역 효율, 안정성, 세포 내 위치 등 단백질 생산과정이 조절될 수 있다. 이러한 전사 후 조절은 RNA 결합단백질이 RNA에 붙으면서 이뤄진다.

대부분의 단백질은 전사 후 조절을 거치면서 기능을 가지는데, 핵심 인자인 RNA 결합단백질과 RNA 사이 결합 원리와 상호작용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복잡한 단백질 구조에서 어느 조각이 결합자리인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RNA 결합자리를 보기 위해서는 작은 단백질 조각의 질량을 측정해, 해당 조각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및 단백질 내 위치를 추론하는 질량분석법을 쓴다.

RNA 결합단백질-RNA 결합체를 효소로 잘게 쪼개면 단백질 조각인 펩타이드(peptide)에 RNA 조각이 붙은 형태가 된다. 이 질량 구성을 측정하고 RNA가 붙지 않은 펩타이드와 비교하면, RNA가 붙은 아미노산 자리는 그 질량만큼 차이가 나게 된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서는 RNA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남아있는 RNA 조각 크기가 제각각이어서 질량 측정에 이 오차를 고려해야 했다. 오차를 고려하고도 확실하게 RNA 조각이 붙었다고 판단되는 아미노산 자리만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1000 개 이상 RNA 결합단백질에서 한 번에 수십~수백 개 RNA 결합자리만 확인 가능했으며 위치의 정확도도 떨어졌다.


연구진은 기존에 쓰던 효소 대신 불산을 이용했다. 불산은 RNA를 동일한 분자 한 개로 완전히 분해해 한 번에 2000개 RNA 결합자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불산 처리 후 RNA 조각의 질량을 쟀더니 동일한 유리딘 분자만 남음을 확인했다.

RNA 조각의 질량 오차를 줄임으로써 RNA 결합자리를 더 많이 알아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세포 전체 RNA에 결합한 600개의 RNA 결합단백질 내에서 약 2000 종류 RNA 결합자리를 아미노산 수준의 고해상도로 찾아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일명 루게릭병)의 원인 단백질인 TDP-43과 DNA 복구에 필수적인 PRKDC에 존재하는 RNA 결합자리를 찾았다. 이는 질병과 세포 기능에 관련된 RNA 결합 단백질의 조절 기제를 밝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구조 분자 생물학’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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