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없다"던 이재용…삼성, 평택 낸드 공장에 9조 투자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20.06.01 11:00
글자크기
평택캠퍼스 P2 라인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평택캠퍼스 P2 라인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가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추가 투자에 나선다. '언택트'(비대면) 확산과 5G(5세대 통신) 보급 등으로 중장기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려는 선제적 투자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의 정확한 규모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8조~9조원 정도로 알려졌다.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검찰 소환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초격차' 전략을 지키려고 어려운 때에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평이다.

9조 투입해 평택 2라인에 낸드 생산라인 구축
삼성전자는 지난달 평택캠퍼스 2라인에서 추가로 낸드플래시 클린룸 공사를 시작했다고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에 이곳에서 최첨단 'V낸드'를 본격 양산한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함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로 꼽히는데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하는 기능을 맡는다. 최근 언택트 확산으로 모바일용 낸드플래시와 데이터센터 서버 확충용 낸드플래스 수요가 폭증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의 구체적 투자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투자비만 8조~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10조원을 투자해 평택캠퍼스에 EUV(극자외선) 파운드리 생산라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한 달 간 평택캠퍼스에만 2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평택을 파운드리부터 메모리까지 '차세대 반도체 메카'로 육성하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의 기흥·화성캠퍼스는 대규모 부지 확보와 기존 생산라인 개·보수 등 현실적 문제로 평택캠퍼스처럼 초대형 증설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조성된 평택캠퍼스 1라인에서는 D램과 낸드를 양산하고 있다. 이어 2라인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하면 EUV를 비롯해 D램, 낸드 등 '꿈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성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세계시장 점유율은 33.3%로 18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중국 칭화유니그룹 계열사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올 연말 128단 3D(3차원) 낸드플래시 양산 계획을 발표하는 등 중국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이런 도전을 물리치는 동시에 5G,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같은 차세대 메모리 수요를 잡으려면 평택사업장에 더 선제적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공장의 생산라인은 중국향 '보급형' 낸드로, 평택캠퍼스는 글로벌향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할 계획이다.


최철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번 투자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메모리 초격차를 더 확대하려는 노력"이라며 "최고의 제품으로 고객 수요에 차질없이 대응해 국가경제와 글로벌 IT산업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캠퍼스 P2 라인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평택캠퍼스 P2 라인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檢 소환에도 투자 발표
삼성의 이번 투자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8일 중국 시안 낸드 공장을 찾았을 때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며 긴장감 있는 선제 대응을 강조했다.

미·중 갈등과 중국 반도체 굴기, 코로나19(COVI-19) 사태 등의 글로벌 악재 속에서도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투자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게 이 부회장의 소신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에서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곧이어 같은 달 21일 평택 EUV 파운드리 생산라인 발표 때도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물산 (151,100원 ▲1,000 +0.67%)-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검찰로부터 두 차례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이번 투자 발표는 EUV 파운드리 라인 조성 발표 이후 열흘 만으로 그만큼 삼성의 투자와 대응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라며 "대내외적으로 여러가지 힘든 상황에서도 미래 투자는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3년 7월 1세대 (24단) 128Gb MLC 3D V낸드를 처음 양산했다. 지난해 7월에는 업계 최초로 6세대(1xx단) V낸드를 양산하며 18년째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박 3일 간의 중국 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오후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2박 3일 간의 중국 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오후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