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했던 윤미향…"지난 30년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

머니투데이 이원광 , 강주헌 , 이지윤 , 권제인 인턴 기자 2020.05.3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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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1대 국회 개원 하루 전 ‘잠행’을 마치고 국민들 앞에 섰다. 기부금 착복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개인계좌로 모금한 점과 부친의 안성힐링센터 채용에 대해선 미숙했다고 사과했다. 기자회견 막판 향후 의정활동에 대한 의지도 밝히며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2.8억원 모금…목적에 맞게 2.3억원, 정대협 활동 5000만원 썼다"
윤 당선인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모금해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체 할머니를 위한 것이 아닐 경우 대표인 제 개인 계좌로 모금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에 따르면 그가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활동을 하면서 개인 명의 계좌 4개로 9개 사업에 대해 모금했다.

구체적으로 △전시성폭력피해자 지원을 위한 ‘나비기금’ △길원옥·김복동 할머니를 위한 모금 △미국·유럽 캠페인을 위한 모금 △베트남 빈딘성 정수조 지원을 위한 모금 △베트남 빈호아 학살 50주년위령제 지원을 위한 모금 △안점순·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모금 등이다.



윤 당선인은 “일시적인 후원금이나 장례비를 모금하기 위해 단체 대표자 개인명의 계좌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사적으로 돈을 쓴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에 따르면 9건의 모금을 통해 모두 2억8000만원이 모였고, 목적에 맞게 2억3000만원이 쓰였다. 5000만원은 정대협 사업에 사용됐다고 윤 당선인은 주장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27일 대구에서 열린 수요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이 행사는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후 대구지역에서 처음으로 열린 수요시위였다. / 사진 제공=뉴시스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27일 대구에서 열린 수요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이 행사는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후 대구지역에서 처음으로 열린 수요시위였다. / 사진 제공=뉴시스

할머니들한테 지급 안했다고?! 모두 반박
‘모금한 돈을 할머니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전면 반박했다. 윤 당선인에 따르면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은 전체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세 차례 모금을 지원했다. 1992년 피해자 생활 지원을 위해 국민 모금했던 신고한 이들에게 균등하게 250만원씩 지급했다고 윤 당선인은 밝혔다.

윤 당선인은 또 “일본 정부가 법적 배상이 아닌 민간위로금 모금을 통한 아시아 여성평화국민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할 때 할머니들과 함께 적극 반대했다”며 “시민 모금에 더해 한국 정부가 아시아여성국민기금에 상응하는 지원금 약 4300만원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 한일합의를 무효화 등의 일환으로 국민 모금을 진행했고, ‘10억엔’을 거부하는 할머니들에게 모금액 1억원씩을 전달했다고 윤 당선인은 말했다.

윤 당선인은 “할머니들에 대한 생활비 지원 등 복지사업의 경우 정대협 주도의 입법 운동으로 1993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지원법’이 제정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고 있다”며 “왜 성금을 전부 할머니에게 지원하지 않느냐는 일부의 비난은 그간의 성과와 정대협·정의연 운동의 지향을 살피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안성 힐링센터, 시세에 따라 정상 거래"
안성힐링센터의 고가 매입, 헐값 매각, 차액 횡령 등 의혹에 대해서도 시세에 따른 정상 거래로 차액 횡령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윤 당선인은 “당시 주택 소유자는 건축비가 평당 600만원이 넘는 ‘스틸하우스’ 공법으로 지어졌고, 토목 및 건축공사에 총 7억 7000만원이 들었다면서 9억원에 매물로 내놓았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윤 당선인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실평수 60평의 신축 건물로 건축비가 평당 600만원이 넘는 ‘스틸하우스’ 공법으로 지어졌다. 토목 및 건축공사에 총 7억7000만원이 투입돼 당시 9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매도인이 힐링센터의 설립 취지를 듣고 최종 매매가격을 7억5000만원으로 조정했다는 게 윤 당선인의 설명이다.

또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15년 9월 중간평가를 하고 같은해 12월30일 ‘사업중단 및 사업비 잔액 반환, 힐링센터 매각’을 요청하면서 2016년 안성힐링센터가 매물로 내놨다고 윤 당선인은 밝혔다.

이어 △주택의 감가상각 △오랫동안 매수희망자 없어 건물 가치 하락 △주변 부동산 가격변화 등 형성된 시세에 따라 4억 2000만원에 매도했다고 윤 당선인은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오랜 시간 매각이 지연되는 점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기부금에 손해가 발생한 점에 대해 안타깝다”면서도 “그러나 힐링센터 매입 및 매각 과정에서 제가 어떠한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기부금 개인계좌 모금, 부친 채용…"스스로 부끄러워진다"
기부금을 개인 계좌로 모금한 사실 자체에 대해선 반성의 뜻을 나타냈다. 윤 당선인은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 남은 돈을 정대협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나름대로 정산해 사용했지만 최근 계좌이체 내역을 일일이 다시 보니 허술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금액에만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행동한 점은 죄송하다.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고 했다.

부친이 안성힐링센터에서 근무하며 월급을 받은 점에 대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윤 당선인은 “주택을 빈집으로 관리 없이 놔둘 수 없는 여러가지 현실 때문에 방법을 강구 끝에 저희 아버지께 부탁했고 인건비를 제대로 산정할 수 없어서 최소한의 급여를 지급했다”며 “잘못됐다고 말씀드린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대협은 관리비와 인건비 명목으로 2014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기본급과 수당을 합해 월 120만원을 지급했고, 사업운영이 저조해지기 시작한 2018년 7월부터 2020년 4월까지는 관리비 명목으로 월 5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퇴? "지난 30여년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싶다"
의정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저는 제 의정활동에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는 노력과 함께 할머니들의 그 뜻을 이룰 수 있도록 지난 30여년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민 70%가 ‘윤 당선인이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선 “앞으로 검찰 수사과정에서 성심성의껏 조사받겠다”며 우회적으로 답했다. 당내 사퇴 권유 역시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21대 국회 개원 전날 기자회견을 자처한 데 대해선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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