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하락에도 계속 오르는 중위값, 9.2억 넘었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0.05.2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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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값(매매가격 중간값)이 처음으로 9억2000만원을 넘어섰다.

대출 규제와 자금출처 조사를 비롯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위축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면서 시세가 견고한 움직임을 나타낸 것이다.

강북권 키맞추기로 상승, 강남권 낙폭 상쇄
25일 KB국민은행 리브온(Liiv On)이 발표한 5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9억2013만원으로 전월(9억1997만원) 대비 16만원 상승했다.



중위 매매가격은 실거래가 중간값으로 평균 매매가격보다 시세 흐름 전망 파악에 유용한 지표다.

시세 15억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 영향으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강북권 고가주택 밀집지역은 올해 들어 시세하락 압력이 컸다. 이에 통계를 집계한 국민은행 측도 이달은 중위가격이 하락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강북권, 서남권 등 외곽지역 중저가 아파트 시세가 '키맞추기' 현상으로 상승세를 이어갔고 강남권도 재건축을 앞둔 구축 단지만 일부 조정받고 신축 단지 시세는 유지되면서 중위가격은 최고점를 또 경신했다.

강북권 14개 자치구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5035만원으로 전월(6억4973만원)보다 62만원 상승했다. 강남권 11개 자치구 아파트 중위가격은 11억5866만원으로 전월(11억5918만원)보다 52만원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4월 8억2711만원에서 8억2573만원으로 하락한 뒤 이달까지 1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1월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을 넘어선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서울 집값 하락에도 계속 오르는 중위값, 9.2억 넘었다
매수심리 위축도 완화..급락보단 반등 신호?
코로나19 여파로 급속히 위축된 매수심리도 다소 완화됐다. 5월 서울 지역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92.4로 전월(86.0)대비 6.4포인트 상승했다.

이 지수는 전국 4000여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지역 매매가격 전망을 조사한 뒤 0~200 지수로 산출한 지표인데 100을 기준으로 높으면 상승 전망이, 그 이하면 하락 전망이 더 많다는 의미다.

2018년 9.13 대책 영향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된 지난해 3월 74.3까지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지 않고 하락 기간도 짧았다.

전국 아파트 단지 중 시가총액(가구수X가격)이 가장 높은 상위 50개 단지의 가격 변동률을 나타낸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월대비 0.64% 하락했다. 올해 3월 이후 3개월째 하락세지만 낙폭은 전월(-0.91%) 대비 축소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엔 전세시장 불안이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실물경기 동향을 고려하면 최근 아파트값이 고점을 찍었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나 실제로 가격에 큰 변화가 없는 이유는 양질의 전세공급이 충분치 않아 전세값이 계속 오르기 때문"이라며 "공공주택 공급과 함께 민간이 공급하는 소형 아파트 전세시장을 안정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서울에 교통, 학군 등 각종 인프라가 몰려있고 거주여건이 우수한 신축 단지에 잠재적인 대기수요가 많다는 점을 꼽는 전문가도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원장은 "최근 서울숲 인근 고가 아파트 3가구 무순위청약에 26만명이 몰린 것만 봐도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미래가치가 높은 신축 단지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재건축이 지연된 곳이나 소규모 구축 단지 외에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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