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대중교통, ‘거리두기’ 이렇게 하자

머니투데이 예충열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2020.05.2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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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충열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 사진제공=외부예충열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 사진제공=외부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뉴노멀이 되고 있다. 4주간의 고강도 거리두기에 이어 4월 20일부터는 완화된 거리두기가 시행되었다.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어 5월 6일부터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었다. 생활 속 거리두기는 사람사이에 두 팔 정도의 거리를 둘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대의 혼잡한 대중교통에서는 실천하기가 매우 어렵다. 중국에서는 버스 탑승 중에 감염된 사례가 있었지만, 다행히 국내에서는 대중교통을 통한 감염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감염병 전문가들은 언제든지 두 번째 대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해왔던 대중교통에서의 방역활동뿐만 아니라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2017년 서울 지하철의 평균 혼잡도는 135%인데, 출퇴근시 일부 혼잡구간에서는 200%를 초과한다. 특히 사당-방배, 염창-당산, 동대문-혜화 등의 구간은 혼잡하기로 악명이 높다. 환승 승객이 한꺼번에 많이 몰리는 잠실역, 신림역, 구로디지털단지역, 신도림역의 혼잡도 매우 심하다. 그동안 혼잡관리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중요했으나 이제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더 중요해졌다. 대중교통에서의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지하철역과 열차 및 버스의 혼잡정보를 제공해 이용자들이 이용시간이나 방법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자. 구간별 실시간 및 예상 혼잡도를 인터넷과 모바일 앱을 통해서 제공하면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이용시간이나 경로, 수단을 변경할 수 있다.



다행히 5월 중순부터 지하철 1~8호선의 혼잡 예상정보가 하루 전에 제공되고 있으나 실시간 정보를 앱을 통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 이용자의 탑승 칸 선호도가 달라서 차량당 혼잡 정도도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지하철역에서 객차별 혼잡도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면 객차별 편중을 완화해 이용자의 12~39%를 상대적으로 덜 혼잡한 객차로 분산시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둘째, 삼성역, 서울역, 2호선 시청역처럼 양방향이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섬식 승강장에서는 열차가 동시에 도착할 경우 혼잡이 크게 가중된다. 이런 경우 열차운행계획을 조정하면 도착시간을 달리해 승강장에서의 혼잡을 줄일 수 있다.

셋째, 출근시차제 등 유연근무제의 확대와 함께 차등요금제의 확대시행이 필요하다. 현재는 오전 6시30분까지 20%의 조조할인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출근시간 2시간과 퇴근시간 2시간에 하루 이용자의 약 33%가 집중돼 심한 혼잡이 일어나고 있다. 혼잡시간대에는 요금을 올리고 비혼잡시간대는 요금을 할인하면 통행량을 분산시킬 수 있다. 단 출근시간이 고정돼 있는 경우엔 선택여지가 없는 출퇴근자의 요금만 올리게 되므로 반드시 유연근무제의 확대와 같이 시행돼야 한다. 서울연구원에서는 출퇴근시의 요금인상과 더불어 출근시차제를 시행할 경우 28.7%의 통근자들이 출근시간 변경의사가 있으며, 이럴 경우 지하철의 혼잡률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한편 감염병에 취약한 고령자의 혼잡시간대 승차를 억제하기 위해 출퇴근시간대 이용자의 4.7%에 달하는 고령자의 무임승차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차등요금의 시행과 무임승차시간 제한은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예상되지만 생활 속 거리두기를 대중교통에서 실천하기 위해서는 유연근무제와 함께 적극 시행할 것을 건의한다.
대중교통혼잡정보 제공, 열차운행시간 조정, 차등요금제의 시행으로 대중교통의 혼잡을 줄여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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