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찍어 빚 갚는다"는 CGV, 자금상황 어떻길래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0.05.1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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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점을 찾은 시민들이 티켓 예매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황금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점을 찾은 시민들이 티켓 예매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CJ CGV (5,750원 ▼70 -1.20%)(이하 CGV)가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차입금 상환을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내놨다. 주식을 찍어 차입금을 상환한다는 것으로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회사채에 비해 자금조달 비용이 훨씬 높은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부채비율 급상승으로 CGV 측이 증자 이외의 방식을 도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CGV는 최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 예정 발행가는 주당 1만7950원으로 증자 계획을 공시한 날의 종가(8일, 2만4000원) 대비 25% 이상 낮은 수준이다. 조달금액 중 1610억원이 차입금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CGV 측은 이번 증자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선제적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며 "자본확충 방안 중 가장 확실한 재무 건전성 제고 방안인 보통주 유상증자를 통해 고질적 취약점인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선제적 유동성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시키는 동시에 주주가치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CGV의 유동성 확보 노력은 지난해부터 가속화돼 왔다. 지난해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통합법인 자회사인 CGI홀딩스의 지분을 활용해 3336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이번에 재차 2500억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한 것이다. 이번 유상증자를 포함해 최근 6개월간 CGV가 조달하기로 한 자금 규모는 5838억원에 이른다.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 8일 유상증자 사실이 공시된 날만 6% 이상 주가가 빠졌고 11일에도 3.96% 하락하며 엿새 연속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1주당 약 0.53주가 배정되는, 현시점 시가총액의 절반이 넘는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인 만큼 지분가치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GV가 택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채 신규발행 등 여타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단 지난해부터 리스 관련 회계기준의 변경으로 자산과 부채가 대폭 늘어나며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CGV는 2018년까지만 해도 영화관, 사무실, 비품 등을 최소 1년에서 최장 33년간 리스 형태로 활용해왔는데 지난해부터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2조원에 이르는 리스 관련 자산을 모두 부채로 인식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CGV의 자산총계와 부채총계는 2018년 2조2342억원, 1조6839억원에서 2019년 4조5240억원, 3조9229억원으로 늘었고 이 기간 부채비율은 306%에서 652%로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적급감으로 신용등급이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회사채 신규발행을 어렵게 하는 이유로 지목됐다. CGV는 올 1분기 영업손실이 7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고 순손실이 1186억원으로 전년 동기(-86억원) 대비 적자 폭이 13배 규모로 커졌다. 그렇지 않아도 빠듯한 재무상태가 재차 악화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1분기 부채비율은 844.5%까지 상승했을 것(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CGV가 회사채를 신규로 발행한다고 하더라도 얼마의 수요를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었다. 실제 4월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정부가 대규모 자금지원 계획을 내놨지만 AA 이상 우량 등급 기업만 시장에서 수요자를 찾을 수 있는 상황이고 그나마도 민평(민간 채권평가사 평균)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얹고서야 겨우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 이번 증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CGV는 큰 고비를 넘길 수 있다. 일단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약 1200억원, 과거 터키 1위 영화사업자 인수를 위해 FI(재무적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체결한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의 만기 도래로 지급해야 할 손실보전분 약 3000억원 등을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과 하반기 실적 개선을 통해 올해 말까지 부채비율이 500%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어 신용등급 하락 방어와 이자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며 "이번에 신용등급 하락을 방어해야 차후 자금조달시 더 나은 환경에서 유리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했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증자 후 1000억원의 부채를 상환하면 올해 기준 부채비율은 530% 수준까지 하락해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며 "이번 증자는 유동성 확보보다 코로나에 따른 극장사업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선제적 재무구조 개선조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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