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 3만명인데…' 영국, 다음주 경제재개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0.05.0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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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총리 "10일 봉쇄조치 출구전략 제시"…의료진 107명 사망, 공공의료 허점 드러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5월 6일 영국 하원에서 '총리 질의응답'(PMQs)에 출석한 모습/사진=AFP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5월 6일 영국 하원에서 '총리 질의응답'(PMQs)에 출석한 모습/사진=AFP


이탈리아를 제치고 유럽내 최대 코로나19 사망자를 낸 영국이 다음주부터 경제재개에 돌입한다. 코로나19 검사역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경제재개 움직임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총리 질의응답(PMQs)'에 출석, "10일 봉쇄조치 출구전략을 제시할 계획이며, 다음날부터 봉쇄조치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 봉쇄령 완화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PMQs'는 총리가 영국 하원에 출석해 야당 당수의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으로 매주 수요일 열리는 영국 의회의 관례중 하나다.



앞서 3월 23일 영국 정부는 슈퍼마켓, 약국 등 필수 영업장을 제외한 모든 가게의 영업을 중단했고, 불필요한 이동은 제한하고 있다. 처음에 3주간 적용키로 했다가 3주 추가 연장됐다. 봉쇄령의 만료 시기가 5월 7일로 다가온 것.

존슨 총리는 "모든 죽음은 비극적"이라면서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결정하겠다. 봉쇄 완화가 제2의 바이러스 확산을 촉발하는 방향이 될 경우 '경제적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英 사망자 3만선 넘어…존슨 총리 "하루 20만건 검사하겠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전날 대비 649명 늘어난 3만76명을 기록했다. 사망자가 3만명 선을 넘은 것은 유럽에서 영국이 처음이다. 영국내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약 6000명은 요양원에서 나왔다. 누적 확진자수는 20만1101명이다.

코로나19 대처가 '검사-추적-격리(testing, tracing, isolation)'의 3단계인데 1단계인 검사 역량도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말까지 일일 검사역량을 10만건까지 확충하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존슨 총리는 이달 말까지 20만건으로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일 오전 9시 기준 24시간 동안 12만2천347건의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면서 일단 10만건 목표를 달성했지만, 정부가 검사건수 집계 기준을 변경하는 '꼼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왔다.

과거에는 연구소에서 최종 결과가 나온 경우만 코로나19 검사 건수에 포함했으나, 가정이나 요양원에 보낸 검사키트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갑자기 기준을 바꿨기 때문이다.

1일 이후에는 4일 연속 영국의 검사 건수가 일 10만건에 못미치고 있다. 6일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누적 검사건수는 144만8010건으로 하루새 6만9463건 늘어난 정도다.

공공의료 허점 드러나…PPE 부족 등 이유로 107명 의료진 사망
의료진 10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사회주의적 공공의료에 의존해온 영국 의료시스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전염병 사투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은 마스크, 방호복, 페이스쉴드, 헤드기어, 장갑 등 개인보호장비(PPE)가 중요하다. 영국 병원 현장에서 PPE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의료진 감염으로 이어진 것. 존슨 총리는 PPE 부족 문제와 관련해 "제 자신도 좌절감(frustration)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날 하원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은 코로나19 사태 책임론을 놓고 존슨 총리와 영국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영국이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에서 사망자를 가장 많이 낸 국가가 됐다"며 "이것을 어떻게 성공으로 주장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존슨 총리가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자찬하며 "나는 지금 많은 이들이 '명백한 성공'을 보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들을 완화시킬 시기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 발언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에 존슨 총리는 "국가 간 사망률을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전문가 조언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영국 코로나19 감염자수, 사망자수/사진=미 존스홉킨스대 홈페이지 캡처영국 코로나19 감염자수, 사망자수/사진=미 존스홉킨스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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