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비상경제회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제공=금융위
금융당국의 한숨 섞인 목소리다. 돈이 없는 게 아닌데 너나 없지 정부에 목을 메고 있어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은 항공 등 몇몇 업종을 빼면 대기업은 여유가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대기업의 은행대출 증가가 하나의 증거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은 막겠다고 거듭 밝혔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10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프로그램으로 모든 기업의 자금수요를 감당할 순 없다. 지난 22일 90조원에 가까운 기업안정화 지원방안을 추가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과 금융회사는 시장을 활용하기보다는 채권시장안정펀드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P-CBO(유동화회사보증) 등을 찾았고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수 밖에 없었다. 은 위원장이 지난 6일 언론과 민간자문위원 등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채안펀드가 여전채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채안펀드에서 일부 매입이 가능하지만 금리 등에서 시장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예컨대 SK에너지와 GS, 풍산은 지난 17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예정금액보다 많은 수요를 확보했다. SK에너지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정유사고 풍산은 채안펀드가 살 수 없는 A등급이다.
이는 곧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자를 만족시킬 만한 조건을 제시하면 자금의 공급과 수요에서 오는 미스매치가 풀릴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에 과거보다 가산금리를 높여줘야 절대금리 수준이 높아진다”며 “코로나19로 겪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워줄 만큼의 가산금리를 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