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비대면과 디지털대면

머니투데이 차두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전략연구실장 2020.04.23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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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비대면과 디지털대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포스트 코로나' 준비를 위해 급부상한 상품과 서비스의 비대면 거래, 비대면 의료서비스, 재택근무, 원격교육, 배달·유통 등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비대면 산업은 최근 국내에서 회자되는 이른바 언택트 산업을 의미한다. 새롭게 등장한 기술도 서비스도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디지털경제 시대에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현저히 뒤처진 분야들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규제를 옹호하는 기존 기득권과의 충돌로 국민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기술 기반 서비스가 대부분으로 우리나라 규제와 사회적 합의 시스템의 현실과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들이 포함돼 있다.
 
비대면 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육성하자는 이야기도 들린다.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절차는 획일화됐다. 기존 기술들 가운데 관련 기술들 선정, 국가별 기술수준 비교분석, 그동안의 연구·개발 투자분석, 종합계획 발표, 대규모 정부사업 추진 순이다. 물론 대학의 인력양성 사업과 지자체의 특화산업 지정도 정해진 수순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지체된다. 오히려 비정상적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시스템부터 논의하고 기존 기득권과의 합의를 이끌어내 본격적인 '선 허용, 후 규제' 네거티브 방식을 정착시키는 전략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규제혁파 과정에서 이해집단간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위한 정부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동안 소외된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 선택권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기회다. 관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성공적인 테스트베드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용어 사용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면과 비대면으로 상호작용 방식을 양분하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관련 규제 논란의 핵심이다. 정부가 언급한 비대면이란 용어는 기존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반대하는 핵심용어로 자신들과 직접 대면(face to face) 하지 않는 것을 비대면으로 정의하며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이버 물리 시스템, 온·오프라인 융합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대면과 비대면으로 양분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디지털기술 발전에 따라 진화한 인간-기계 상호작용 형태의 변화로 대면이란 정의는 반드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마주 봐야 한다는 구시대적 관점의 구분일 뿐이다.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확산하는 시점에선 비대면보다 디지털 대면이란 용어 사용이 적합하다. 물론 대면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대면의 핵심 구성요소는 인간으로 기존 대면과 비대면의 상호작용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언급한 비대면 기술들이 성공하기 위해선 인간-기계의 상호작용 방식에 대한 고려도 매우 중요하다. 2016년부터 확산한 키오스크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무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패스트푸드점, 병원, 은행 등에서 키오스크와 상호작용에 익숙하지 못한 실버세대가 소외되기 시작했다. 기술개발, 규제개혁뿐만 아니라 디지털기술과 사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상호작용 기술,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향상을 위한 정책도 병행돼야 산업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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